바른정당제주도당의 출발은...
바른정당제주도당의 출발은...
  • 정흥남 논설실장
  • 승인 2017.01.19 17: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일보=정흥남기자]

중국 진(秦)나라 말기에 맹활약한 장수 ‘항우’. 항우는 많은 고사 성어를 만들어 낸 역사적으로 흥미로운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다.

권토중래(捲土重來). 당나라 말기 시인 두목(杜牧·803~852)은 항우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석하게 여겨 시를 남긴다. 이 시에 나오는 한 구절인 권토중래는 액면대로 해석하면 흙먼지를 날리며 다시 돌아온다는 뜻이다. 요즘은 실패하고 떠난 후 실력을 키워 다시 도전하는 의미로 곧잘 쓰인다.

비선실세에 의한 국정농단의 결과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저항의 촛불’을 들게 했다. 그리고 광장을 채운 촛불은 정의를 훼손한 ‘불의(不義)’를 끌어 내렸다.

당연히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쪼개졌다. 현직 도지사와 도의회 의장을 배출한 새누리제주도당 또한 둘로 갈라섰다. 원희룡 지사와 신관홍 의장 등이 새누리를 탈당, ‘바른정당’에 입당했다.

길게는 10년 넘게 한솥밥을 먹었던 동지들이 새누리와 ‘바른정당’으로 나뉘어 권토중래를 생각하고 있다.

#패권청산-비겁한 도망

“지긋지긋한 패권주의를 청산하고 도민과 당원이 중심이 되는 당을 만들겠다” “혼자서 살아보겠다고 도망가는 비겁한 제 2의 세월호 선장을 보는 느낌이다”

앞은 지난 15일 가칭 ‘바른정당’ 창당발기인 대회에서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은 고충홍 제주도의원의 인사말이다. 뒤는 하루 뒤 강지용 새누리당 제주도당 위원장이 새누리당 탈당 인사들을 비난한 기자회견 내용 중 일부다.

그동안 각종 선거에서 ‘기호 1번’, 즉 집권여당 프리미엄이 이들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오는 4~5월 실시가 유력시 되는 대통령선거에서는 이들에게 자당후보를 찍어달라면서 뛰어다닐 ‘대선 공간’이 주어질지조차 불투명하다.

지역으로 돌아오면 그동안 제주도의회 제 1당의 위치가 이들을 떠났다. 그 자리는 더불어민주당 몫이 됐다. 자업자득이다. 이들은 종전에는 야당만 상대하면 됐다.

선거에선 자신의 경쟁력 보다 야당 후보끼리 싸우는 야권분열이라는 ‘꽃놀이패’가 있었지만, 이젠 이조차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민심회복 미지수

최근 이뤄진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바른정당’이나 새누리당 지지율은 말 그대로 ‘보잘 것 없는 수준’이다. 국민들이 철저하게 이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단적인 증거다. 제주라고 예외가 아니다.

한번 떠난 민심을 되돌리기는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잃기는 순간이지만 좀처럼 얻기 어려운게 민심이다. 바른정당 창당발기인 대회에서 한 도의원은 “제주에서 깨끗한 보수, 따뜻한 보수, 개혁적 보수라는 구심점을 위해 첫 받을 내디뎠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런데 벌써 이런 저런 비난이 나온다. 이들의 ‘지난 행태’가 낳은 결과물이다. 이들에겐 제주공동체의 이익 보다 기득권 이익이 먼저였다. 공식석상에서 조차 ‘업자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모두 그랬다는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한 둘이 아니다.

과잉개방과 난개발로 한계상황을 맞은 지금 제주의 곳곳엔 이들의 ‘흔적’이 뚜렷하다.

#출발점은 자기반성

이 때문에 이들이 제주공동체를 위해 깨끗하고 따뜻한 정책들을 ‘차고 넘치도록’ 만들어도 민심이 돌아설지 의문이다. ‘바른정당’을 좋아하거나 지지해서가 아니다.

‘바른정당’에도 막대한 국민혈세가 지원된다. 엄연한 대한민국의 공당(公黨) 중 하나다. 이 때문에 ‘바른정당’또한 국민을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이 있다. 세상사가 그렇듯 정치 또한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쏠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민주사회에서 특정정파 또는 특정세력의 독주는 결국에는 부패할 수밖에 없는 절대권력을 낳기 마련이다. 지금 박근혜 정권이 단적인 예다.

건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정당 간 경쟁은 꼭 필요하다. 대등한 관계는 못되더라도, 적어도 거대 정당 또는 거대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역량’은 갖춰야 한다.

바른정당의 출발점은 무조건적인 자기반성과 뉘우침이어야 한다. 그래도 도민들이 이들을 받아줄지 의문이다.

이들을 선택한데 대해 후회하는 도민이 차고 넘치는 게 지금 제주다.

정흥남 논설실장  jhn@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