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농촌다움' 가치 살려 지역 주민 '삶의 질' 높여야
제주의 '농촌다움' 가치 살려 지역 주민 '삶의 질' 높여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1.1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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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안순 ㈔제주도 농어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장

[제주일보] 지난해 오늘(1월 19일) 제주도 전역에 많은 눈이 내렸다. 강풍과 더불어 찾아온 기습 한파는 섬 전체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가장 겨울다운 정취를 그려내는 눈은 매혹적이고 낭만적이지만 한파를 동반한 눈 쌓임은 농사를 영위하는 농촌에는 많은 피해와 걱정거리를 풀어 놓게 된다.

지난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감귤 가격으로 농장마다 감귤 수확을 늦추는 바람에 노지에서 꽁꽁 얼어붙었고 하우스 시설 내 가온준비가 돼 있지 않았던 만감류도 동해(凍害)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어서 거의 폐작이 되는 농가가 많이 발생하는 안타까운 겨울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피해는 우리 농촌에 피해보다 더 큰 가치를 얻게하는 많은 가르침과 깨우침을 주는 교훈이 되기도 했다. 항상 미래는 예측되는 경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예측하지 못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돼 있어야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터득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다행히 올해에는 극심한 여름 가뭄으로 예년에 보기 드물게 축적된 감귤당도는 많은 소비자에게 감동과 만족을 주는 결과로 이어져 감귤 가격이 경험하기 힘들었던 금액을 형성해 감귤농가들이 주름을 펴고 미소를 짓고 있다.

조금의 아쉬움이 있다면 수확 노동력의 부족과 지난해의 아픈 기억으로 이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고 수집상들과 사전 포전거래를 해 보기 드문 특수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감귤농가가 더러 있다는 것이다.

농촌마을로 돌아가 보자. 지난 참여정부시절에 농촌공동체의 복원과 농촌다움의 유지·보전을 위해 원대한 프로젝트로 출발한 농촌마을 만들기 사업, 즉 주민주도형(상향식) 마을 만들기 사업이 이제 10년을 넘어 대한민국의 수많은 마을들이 앞다퉈 정부 지원 사업에 응모하는 치열한 경쟁 시대를 맞고 있다.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 동안 중앙정부로부터 2억원 이상 지원을 받고 사업을 추진한 마을 수가 약 2000개 마을(전국 마을 수는 약 3만6000개) 정도가 된다. 안타까운 것은 선택받은 그 많은 마을들이 본질적인 목적에 맞게 사업을 추진하는 곳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겨우 6% 정도가 많은 실적을 거양했거나 유지하고 있고 대부분의 마을들은 사업 준공 후 개점휴업 상태이거나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을 뿐이다.

이런 결과를 초래한 원인은 많이 있겠지만 한마디로 지적한다면 준비가 안된 마을이 사업 대상지로 선정됐고 사업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마을과 행정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여겨진다.

농촌마을사업의 핵심 목적은 농촌다움의 유지·보전에 있다. 농촌다움의 가치 아래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더 나아가서 소득 증대를 꾀하는 것이 농촌마을사업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이런 핵심 목적을 간과한 채 주어진 시간 안에 사업의 준공에만 연연했던 것이 오늘의 많은 시행착오를 양산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1970년대 초 대한민국에 새로운 역량주입을 위해서 전국 각지에서 새마을운동 바람이 불었다. 전 국토의 전 국민이 하나의 키워드 완성을 위해서 신명나게 했었던 적이 우리 역사에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 후 그렇게 결집된 에너지가 축약돼 보여줬던 모습은 2002년 한일 월드컵 그리고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지난 연말부터 보인 촛불문화집회가 아닌가 싶다.

새마을운동이 핵심가치인 ‘우리도 한 번 잘 살아보세’는 당연히 그즈음 시대적 상황에 가장 걸맞은 캐치프레이즈였을 것이다. 국민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고 정주환경 개선으로 편의성 제공이라는 대전제에는 당연히 당시에는 최고의 가치로 보였을 것이다. 수많은 긍정적인 평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위정자들이 캐치하지 못했던, 너무나 아쉽고 복원되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정주환경 정체성의 말살이었다.

“새벽 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너도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만드세…마을 길도 넓히고, 초가집도 없애고….”

국민의 애창곡처럼 남녀노소가 불렀던, 불리도록 했던 새마을운동 노래에 결정적으로 우리의 농촌다움이라는 정체성이 함몰되고 있다는 것을 그 어느 누구도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단순히 편의성만을 부각시키다 보니까 조금은 불편해 보이고 많은 노동력이 필요한 초가집을 미추(美醜)의 개념으로만 부각시킨 것은 농촌의 인문학적인, 생태적인, 환경적인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나 싶다.

아직도 부분적으로는 남아 있지만 우리의 생활이고 철학이었던 수눌음. 초가를 일구면서 나눴던 소통과 희로애락의 공유 그리고 발전적인 토론의 장이었던 우리의 원초적인 모습은 이제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가 없다.

너무나 아름다운 미풍양속인 수눌음은 어디로 간 것일까? 가장 제주다움을 이야기할 때 여기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넘실거렸던 초원은 골프장 및 개발행위의 근거지로 바뀌어 버렸고 소나 말의 여물 생산기지였던 ‘촐왓’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다.

제주 방문객 1500만시대. 이제는 복원할 의지도 없고 복원하지도 못하는 제주의 농촌다움.

정유년 새해. 많은 목소리가 제주다움을 노래하고 있지만 과연 그 제주다움을 복원하려면 얼마나 많은 역량의 집중, 그리고 얼마나 많은 예산의 편성에 대한 고민들을 하고 있는지 필자는 고민을 하고 있다.

전 회차에서도 피력했던 것처럼 도민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제주다움에 대한 로드맵을 설정해야 한다. 원희룡 도정이 출범하면서 많은 전문가들에게서 얻어낸 제주다움이 ‘청정과 공존’이었다고 한다. 이상적이고 선언적인 제주다움이 아니라 실천 가능한, 그리고 준비된 제주인들이 만들어가는, 우리의 정체성을 확연히 들여다 볼 수 있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우리만의 제주도를 만들어야 된다. 그래야 우리는 전 세계가 주목하고 찾아가고 싶은 진정한 보물섬이 될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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