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행정’, 어디로
‘쓰레기 행정’, 어디로
  • 정흥남 논설실장
  • 승인 2017.01.12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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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정흥남기자] "요일별 배출제가 정착 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한 결과 제주시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요일별 배출제로 도민들 집안에 쓰레기가 넘치고, 삶의 질은 나날이 저하되고 있습니다”

앞은 이른바 ‘쓰레기 시장’이라고 불러도 좋다는 고경실 제주시장의 신년사 가운데 한 단락이다. 뒤는 이른바 ‘쓰레기 정책에 분노하는 시민들’이 이달 초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내용의 일부다.

지금의 ‘쓰레기 처리 상황’을 보는 시각이 정반대다. 솔직히 누구 말이 맞는 말인지 헷갈릴 정도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현장에선 혼선과 혼란, 그리고 시민들의 불편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소위 말하는 ‘쓰레기 사태’의 시작은 지난해 7월로 거슬러 간다. 지난해 제주시장에 취임한 고경실 시장은 임기 중 다른 것은 몰라도 쓰레기 처리 문제만큼은 해결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여기서 나온 게 쓰레기 종류를 정해 특정일에는 지정된 종류의 쓰레기만 수거한다는 요일제 배출제다. 고 시장은 쓰레기 요일제 배출 전도사가 됐다.

쓰레기 요일제 배출은 빠르게 자리 잡을 것처럼 시작됐다. 그런데 현장사정은 갈수록 꼬이고 있다.

 

#행정편의적 발상

제주에서 배출되는 생활쓰레기는 하루 1184t. 이들 쓰레기는 소각으로 325t, 매립으로 210t, 재활용의 방법으로 432t, 음식물 처리 방법으로 216t이 처리된다.

제주의 인구가 늘고,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쓰레기 발생량도 늘었다. 2014년만 하더라도 하루 쓰레기 발생량은 1000t이하에 머물렀다.

그런데 2015년엔 1161t, 지난해엔 1200t에 근접했다. 이렇다 보니 한정된 처리시설로는 감당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우선 소각용 쓰레기에서 문제가 나왔다. 도내 하루 생활쓰레기 소각용량은 270t인 반면 배출량은 이를 50t 초과하고 있다. 미처 소각하지 못한 쓰레기들이 쌓이면서 문제가 커졌다.

처음부터 불에 태울 수 있는 가연성 쓰레기를 잘 수거한 뒤 소각처리 했더라면 쓰레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가연성 쓰레기를 재차 종류별로 나누는 일까지 시민들에게 넘기자 행정 편의적 발상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행정의 고유 업무를 시민들에게 전가했다는 야유와 비난이 나온 게 이 때문이다.

수십년 넘게 시행해 온 관행을 바꿔야 하는 중대정책인 만큼 한정된 지역을 대상으로 시범실시 한 뒤 나타난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분석한 다음 대상지역을 점진적으로 늘렸어야 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 제주시는 시 전역 동시 시행이라는 ‘광대역 카드’를 던졌다. 시행착오가 이어졌고, 뒷수습은 고스란히 시민들 몫이 됐다.

대표적인 게 밤에만 쓰레기를 버려야 한다는 이른바 ‘올빼미 배출’이다. ‘올빼미 배출’은 야간 활동에 제약이 따르는 노령층과 낮 시간에 주로 영업하는 소규모 점포주에겐 날벼락 같은 조치가 됐다.

 

#시민들 반발 당연

“시행과정에서 도민들과 소통하고, 의견수렴과 새로운 개선방안 마련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넘치는 ‘쓰레기 민원’을 보다 못한 원희룡 지사가 이달초 한 말이다.

쓰레기 처리 업무는 제주도지사가 행정시장에게 위임한 사항이다. 지금처럼 행정시가 의욕적(?)으로 나서는 상황에서 대놓고 제주도가 이래라 저래라 말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제주도내 클린하우스에는 대부분 감시카메라가 실치 돼 불법 투기 여부를 감시한다. 그런데도 불법투기는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공직사회의 복지부동이 낳은 결과물이다.

불법 행위자를 찾아 그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귀찮고 어렵다는 이유로 단속에 손 놓은 때문이다. 쓰레기 불법투기를 근절시키면 쓰레기 처리문제의 구부능선은 넘은 것과 다름없다.

자연스럽게 소각용 쓰레기와 재활용품이 분리배출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조차 안 지키는 이들에게, 그것도 종류별로 골라, 지정된 요일에 지정된 장소에 쓰레기를 내놓으라 한다.

이쯤 되면 정상적으로 배출되는 게 되레 비정상이다. 관(官)주도 시민의식 개혁사례가 성공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런데 지금의 모습은 관이 선봉에 서고 시민들에게 ‘닥치고 따르라’는 형국이다.

시민들은 피곤하다.

정흥남 논설실장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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