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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도 관객은 있었다정민자. 세이레어린이극장 대표
제주일보 | 승인 2017.01.10

[제주일보] 한 여름, 우리는 오랜만에 인형극순회공연을 했었다. 서귀포장애인복지관에서 하는 문화사랑방 사업에 동참하면서였는데, 인형극의 순회공연은 우리 극단이 창단할 때부터 중요한 프로그램으로 진행해 오고 있던 터라 반가운 마음에 선뜻 나선 공연이었다. 서귀포 마을 5군데를 순회했는데 당시 12월 21일부터 28일까지 어르신들을 위한 공연을 해줄 수 있는지를 문의해 오셨다. 극단에서는 모든 공연이 끝난 터라 홀가분한 마음으로 낭독순회공연을 하게 되었다. 우리가 ‘찾아가는 문화활동지원사업’이나 ‘신나는 예술여행’ 등 지원사업을 하면서 시골마을을 찾아다니며 공연을 안 했던 것도 아니지만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너무 소박하지만 값진 공연이었다는 것을 밝히고 싶다. 공연마다 10명에서 많게는 30명 정도의 마을주민들이 관객이었고, 나이 드신 노인분들이나 아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우리에게도 초심을 일깨워 준 값진 문화사랑방 공연이었다.

사실 공연들은 제주시나 서귀포시 공연장이 있는 곳에서 주로 이루어져 왔다. 아무리 도민들을 배려한 무료 공연이라해도 지역적으로 거리가 조금 먼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순회공연을 지원하는 사업에 선정돼도 관객 모객이 쉬운 시설이나 찾아다니면서 공연자 입장만 고려한 공연을 주로 해 온 것도 사실 아닌가. 이런 순회공연 지원사업이 문화적으로 소외된 곳을 찾아가 잠시나마 문화적 괴리감을 잊고 문화예술을 즐기게 하라는 목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공연자 입장만 고려한 공연을 해왔다. 부끄럽게도…. 그러나 그곳에도 관객은 있었다. 맛을 봐야 또 먹으려고 한다는 말처럼 공연예술도 보고 재밌다고 느껴야, 자주 봐야 또 보려고 하지 않겠나. 문화예술의 섬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도정이 맨 처음 다져야 할 대목이라 생각한다. 문화예술의 섬이 누굴 위한 것인가 다시 따져볼 일이다. 어쩌면 가장 소외된 그들부터가 문화예술의 가치를 느끼고 있어야 문화예술의 섬을 만들려는 도정을 신뢰하고 따라와 주고 밀어줄 것이다. 그것이 어마어마한 동력이 되어 명실상부한 예술의 섬 제주를 탄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연말 일본 나오시마에 다녀왔다. 나오시마, 노란호박, 땅속에 미술관이 숨겨져 있다는 곳, 궁금했었다. 현대미술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감동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나오시마는 베네세홀딩스라는 그룹에서 만든 예술의 섬이다. 베네세는 잘 살아보자라는 말이란다. 안도 다다오라는 천재적인 건축가가 설계한 구조는 설계는 정말 근사했다. 관람객을 안으로안으로 끌어들여 마치 동굴 속을 걸어가듯, 간간히 벽 틈을 통해 빛과 자연을 바라볼 수 있게 하면서 그 모든 건축물과 한데 어우러진 미술품을 감상하고, 밖으로 나오면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와 시원한 하늘을 바라보게 하는 구조. 멋있었다.

나오시마, 그곳은 자본의 뚝심 있는 투자로 만들어진 예술의 섬이다. 당장 돈으로 환산되지 않아도 그곳 주민들과 오래 잘 살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투자되었다고 한다.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땅을 갈아엎고, 관광객의 편의를 위한답시고 여기저기 길을 뚫는 게 아니라, 자연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온 섬을 아우르는 하나의 예술품으로 바꿔놓았다. 부러웠다. 예술가는 하고 싶은 작업을 환경을 생각하면서 최대한 살리려고 한 시도. 나오시마만 가능한 것일까? 지금 상황에서 예술의 섬 제주는 어떻게 만들어야 될까?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 우리가 취하고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인지, 제주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예술의 섬, 도민 모두가 바라는 예술의 섬이 되기 위한 숙제가 많아보였지만 기대도 된다. 나오시마에서 느낀 소회를 이우환 작가의 말로 대신해 본다. “예술은 빵은 만들어낼 수도 없고, 무기를 만들어낼 수도 없다. 하지만 예술작품을 보고 난 후에 자신이나 세상이 무언가 조금 변화한 것처럼 느껴질 지도 모른다.”

그게 예술의 힘 아닐까.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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