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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희생자 ‘묵념 통제’ 백지화 당연
제주일보 | 승인 2017.01.08

[제주일보] 제주 4·3영령들에 대한 묵념 통제 논란을 초래했던 정부의 개정된 국민의례 규정 시행이 사실상 흐지부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제주도는 ‘국민의례 규정’ 일부개정과 상관없이 4·3 희생자 추념일과 제주도 주관 각종 행사 때 4·3 영령을 포함해 묵념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드러난 정부의 행태는 아직도 제주도민들은 물론 대한민국 일반 국민들의 보편적 정서를 제대로 읽지 못한 정부의 ‘속 좁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정부는 ‘국민의례 규정’ 제 7조를 새로 만들어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방법’ 조항에서 ‘행사 주최자는 행사 성격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이외에 묵념 대상자를 임의로 추가할 수 없다’고 묵념 대상자를 한정했다. 결국 이 조항이 엄격하게 시행된다면 제주 4·3 희생자와 5·18 민주화 운동은 물론 4·19 혁명 희생자, 세월호 피해자 등에 대한 묵념이 사실상 금지 된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의례 규정 개정 사실이 알려지자 당장 제주 4·3유족들을 비롯해 제주출신 국회의원 등 각계의 반발이 잇따랐다.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비이성적·반역사적 행태라는 비판여론이 들끓었다. 특정 추념식 및 기념식에 까지 정부가 직접 나서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식의 묵념대상자를 선별하는 것은 과잉통제라는 비판이 공감을 얻었다. 이와 관련, 제주도는 앞으로 열리는 4·3 희생자 추념일은 물론 제주도가 주관하는 국경일 및 법정기념일 행사에서도 현행대로 묵념방법을 기존과 동일하게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파문이 커지자 제주도가 직접 나서 입장을 정리함에 따라 지난 주말 이후 제주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묵념통제’ 논란은 사실상 해프닝으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지금 상황에서 왜 정부가 관련 유가족들은 물론 관련 일반 국민들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한 ‘묵념통제’라는 카드를 내놨는가 하는 점이다. 지난 연말 이후 이어지고 있는 비선실세에 의한 국정농단사태는 결국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절차 돌입과 대통령 직무정지라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세월호 침몰당시 박 대통령의 이른바 ‘7시간 행적’은 국민적 의혹을 키우고 있다.

일부 우익단체들의 ‘4·3 흔들기’ 또한 현재 진행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 입장에서 보면 공식 행사 때 세월호 희생자 및 제주 4·3 희생자 등을 직접 거명하는 묵념절차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정부는 이 문제를 제도적 틀 안으로 갖고 가서는 안 된다. 묵념은 그 속성상 국가권력에 의해 강제할 수 있는 성질의 행사가 아니다. 특정 기념식 또는 추모식 참석자 스스로의 마음에서 우러나는 희생자 등에 대한 애도와 추모가 묵념이다. 이번 ‘묵념통제’ 논란은 정부의 속 좁음을 스스로 내보인 해프닝이다.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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