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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 연가(戀歌)문영택. 우도초·중학교장 / 수필가
제주일보 | 승인 2017.01.05

[제주일보] 새해를 맞아 우도 충혼묘지에 참배하러 우도로 가는 배를 탄 우리 부부는 바다 풍경이 좋아 옛 노래를 흥얼거렸다.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 건너서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빛도 아름답지만 사랑스런 그대 눈은 더욱 아름다워라….’

우도 도항선은 사람만큼이나 차들로 만원이다. 가까이 보이는 마을이 종달리다. 제주선인들은 종달포구에서 우도 드렁코지로 오가곤 하면서 섬 모양이 누운 소를 닮은 것을 보고 우도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곧 밤을 맞으니, 우도봉 정상에서 비치는 등대가 길벗이자 나침판이다.

1906년에 세워진 등대는 20초마다 회전하며 주위를 밝힌다. 청정한 바람이 지나가는 섬에서 보는 별빛이 곱다.

말의 수호신 방성(房星)도, 장수의 별 수성(壽星)도, 현인의 별 덕성(德星)도 보일 듯하다. 별과 한라산과 오름에 이어 만들어진 우도는 설문대 할망 설치예술의 화룡점정이라 전한다.

신석기 패총·동굴유적·고인돌·갈대화석·탐라시대 유물 등이 출토된 우도에는 3500년 전부터 해산물 등 수렵채집 집단이 거주했었을 것이다.

돌그물인 원담·거욱대인 방사탑·옛 등대인 도대불 등이 산재한 해안가에는 해신당·포제단·불턱·밭담, 특히 1845년경에 쌓은 것으로 추정되는 연대·환해장성이 원형으로 남아있다.

무인도였던 우도에 1697년 말 200필이 처음으로 놓였는데 탐라순력도 41화폭의 하나인 우도점마(牛島點馬)는 소섬에서 방목되던 말을 점검하는 풍속도이다.

1823년 큰 가뭄이 든 제주를 둘러본 조정화 어사가 이를 조정에 건의하자 출륙금지령(1629~1823)은 해제됐으나 목장개간은 1842년에 허가되었다. 이어 말들을 본도의 목장으로 보낸 후인 1844년부터 구좌·조천 등지의 선인들이 들어와 우도를 일구기 시작했다.

그 중 한양에서 진사벼슬을 한 조천 출신 김석린은 서당을 지어 훈학에도 그리고 과중한 부역과 세금을 덜어주는 역할도 앞장서 주도했다. 그가 훈학한 터에는 옛날 서당도 복원되어 방문객을 맞고 있다.

150년 동안 마소의 배설물로 버무려진 우도는 토질이 비옥한 편이다. 183만여 평인 우도의 땅들이 1000여 평 내외로 나눠진 것은 이주민들에게 골고루 분배하기 위해서, 농로가 많은 것은 맹지를 최소화하려 한 것으로 여겨진다.

우도의 관문 천진항에는 해녀항쟁기념비도 방문객을 반긴다. 1932년 1월 일본인 다구치 데이키 제주도사 겸 제주해녀어업조합장이 세화리를 순시하는 날 해녀들은 대대적인 항일 연합시위를 벌였다.

바다를 건너 항쟁에 나선 300여 명의 우도 해녀들을 비롯한 1000여 명의 해녀들이 도망가는 도사를 포위했다. 이에 경관이 해녀의 목에 칼을 겨누자 총칼 끝에 목을 찔린 해녀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우리들의 요구에 칼로 대하면, 우리는 죽음으로 대하겠다.’

제주 출신 고희영 감독이 7년간 제작한 ‘물숨’은 우도 해녀의 삶을 다룬 다큐 영화로, 물속에서 숨을 참고·욕심을 자르고·욕망을 다스리며 살아가는 해녀들의 삶을 영상에 담은 명화이다.

이렇 듯 여러 기록물과 제주도를 비롯한 여러 기관의 애씀으로 제주 해녀는 드디어 2016년 11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에 이르렀다.

새해 첫 일출을 보려는 마누라를 ‘검멀레’에 내려주고는 충혼묘지로 향했다. 이른 시간 홀로 충혼묘지 근처 포젯동산에 있는 동굴 집자리랑 진사유애비에도 다시 들렸다. 우도에서 지낸 날들이 주마등되어 떠오름도 인지상정일 것이다.

기다렸던 일출을 보지 못했지만 동안경굴과 우도봉 주변을 구경한 것만으로도 마누라는 좋아했다. 집으로 가는 배에서도 우리 부부는 ‘저 바다 건너~서…’를 다시 흥얼거렸다.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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