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키워드는 '책임'
대선 키워드는 '책임'
  • 김태형 기자
  • 승인 2017.01.0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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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으로서 제 할 것은 다했다고 생각합니다”(박근혜 대통령, 1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세월호 의혹 관련 해명)

“나는 모릅니다”(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최순실 국정농단 국회 청문회에서의 주요 답변)

희망찬 정유년 새해가 밝았지만 촛불 시민혁명을 이뤄낸 국민들은 좀처럼 분노를 삭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5000만명의 국민이 승선한 대한민국호를 이끌어온 수장과 최고위직들이 연이어 내뱉는 무책임한 발언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일말의 죄의식조차 찾아볼 수 없는 무표정한 행태에 “그저 놀랄 뿐”이라는 탄식과 허탈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확한 원인 규명이 이뤄지지 않아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세월호 참사에 대해 국민들은 다시 묻습니다. “정부는 도대체 어디에서 뭘 하고 있었는가”라는 의문이 그것입니다.

단지 돈벌이에만 급급한 해운선사의 탐욕과 정부를 대신해 안전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해운조합의 잘못이 빼앗아간 꽃다운 생명이었을까요? 사고 당시 자녀를 둔 전국의 ‘앵그리맘’들이 공분한 배경에는 믿고 있었던 정부의 ‘무능력함’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청와대에서도 작동하지 않았던 컨트롤타워 부재와 이로 인해 골든타임을 놓쳐 참사로 이어진 소관 부처의 초동 대처능력 등은 과연 현 정부의 무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대목입니다.

이런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진정 국민을 잃은 슬픔에 가슴 아파해야 하는 대통령이라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 게 도리일까요? ‘내 할 일은 다했다’는 식의 해명이 과연 국가를 대표하면서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리더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발언일까요?

어쩌면 연인원 1000만명 이상의 국민들이 왜 광장에 모이는지, 무엇 때문에 평화적인 방법으로 분노를 표출하는지 알지 못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정 그 배경과 이유를 모른다면 결과는 ‘가장 비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국민을 더욱 화나게 만드는 건 대통령 뿐만 아니라 청와대 핵심라인까지 무책임한 행태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정수석, 안보실장 등은 세월호 참사 대응 부실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국정 운영 시스템 붕괴와 관련해 “모른다”는 답변만 되풀이하면서 자신은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발뺌하는데 급급했습니다.

나라를 이끄는 국정의 최고 책임자와 핵심라인들이 모두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남의 탓으로 돌리는 현실은 그동안 시나브로 쌓아온 적폐가 만들어낸 ‘대한민국의 일그러진 영웅’과 다르지 않습니다.

어쩌면 권력에만 매몰된 이들과 달리 책임 있는 행동을 직접 보여준 주인공들은 다름 아닌 광장을 찾아 촛불을 든 소시민들이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희망을 밝힌 촛불 집회를 통해 대통령 탄핵안 가결이라는 시민혁명을 이뤄낸 그들은 분노를 폭력화하지 않는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진정한 민주주의의 광장을 만들어내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습니다.

시민들의 손에 쥐어진 촛불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 주권주의의 부활을 알리는 밑거름이었습니다. 이는 새해를 맞아 새로운 대한민국의 첫 발걸음이자 출발점으로도 평가받고 있습니다.

올해가 국가와 국민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한 해로 다가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대선의 해를 맞아 새로운 리더십을 선택하고, 보다 나은 공정사회의 미래를 열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무엇보다 후보들이 스스로 책임질 줄 아는 리더십을 보여주고, 그에 걸맞은 공정사회를 만드는 국가 비전을 제시해 주기를 소망해봅니다. 그래서 몇 년 후에는 대통령과 고위직들이 반드시 국민들에게 “제 할 것은 다했다”고 진정어린 평가를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김태형 기자  sumbad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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