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내고 나무 심는 관광
돈 내고 나무 심는 관광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1.02 17: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국주 곶자왈공유화재단 이사장

[제주일보] 지난해 9월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에서 열린 세계자연보전총회에 다녀왔다. 매 4년마다 개최되는 국제회의인데 2012년에는 제주도에서 열렸다. 대회를 주관하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유엔에서 파생되어 생긴 기구로서 정부 및 준정부기구 위주로 회원을 구성한다. 환경보전을 위한 정부의 책임 및 정부 간의 협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번 대회의 화두는 ‘갈림길에 선 지구’였다. 즉 오늘날 지구 곳곳의 경제가 신음하고 있는 것이 자연의 신음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서 자연이란 산과 들의 자연만이 아니고 우리 생활 속의 자연을 함께 말하는데 산과 들의 자연이 보전되지 않으면 자연을 도심 안으로, 그리고 인간의 심성 안으로 끌어들이는 일도 불가능해 진다는 것이다.

자연을 도시 한 가운데로 끌어들인다는 말은 호놀룰루 시내에 어울리는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기후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탐스러운 꽃을 피우고 있는 큰 가로수들이 길거리를 넉넉히 장식하고 있었고 친절한 미소와 보행자를 최대한 배려한 도로구조 때문에 숙소로부터 회의장까지 30분 이상 걸리는 거리를 매번 걸어서 왕복하는 것이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걷는 내내 도로 변에는 각종 상점들의 내부가 눈에 들어 왔고 폭넓은 인도 덕분에 걸어 다니며 쇼핑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한가하기 그지없었다.

열흘 간의 일정 중 하루는 자유 시간으로 배정되어 있어서 나는 여러 관광코스 중 어떤 것을 고를까 망설이다가 참가비가 250달러로 그 중 가장 비싼 것을 골랐다. 당일 코스인데 무슨 내용이기에 그만한 돈을 받는가 궁금했다.

참가자 각자에게 예쁜 에코 백을 나누어 주었는데 그 속에는 통상적인 티셔츠와 모자 외에 식기와 물병이 들어 있었다. 포크와 나이프 등은 플라스틱이 아니라 대나무를 깎아 만든 것이었고 물병은 일회용 컵의 사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아침·점심·저녁 세 끼는 전부 유기농 채식주의 음식이었다. 중간 중간의 스노클링과 해수욕을 제외하고는 하루의 대부분은 환경보전운동의 실제 현장을 가보는 것으로 때웠는데 그 하나는 ‘노스쇼어 토지 신탁(North Shore Land Trust)’의 대표로부터 토지 매입 또는 토지신탁의 경험담을 듣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터틀 베이’라는 해변의 모래벌판에 나무를 심는 것이었다.

준비된 묘목과 꽃삽을 받아 든 참가자들은 각자 원하는 자리에 묘목을 심고 물주기와 기념촬영을 했는데 사진을 찍을 때는 훗날 다시 오게 되었을 때 자기가 심었던 나무를 식별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런데 인솔자가 시키는 일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커다란 마대자루를 나누어 주고 바닷가 청소까지 하라는 것이었다. 쓰레기라야 별 것이 없었지만 안방을 빗자루로 쓰는 심정으로 모두들 열심이었다. 나는 그 광경을 보며 고소를 금치 못했는데 돈을 받아가며 나무도 심게 하고 청소도 시키는 이것은 상술을 넘어 예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법으로 묶으면 되는데 굳이 땅을 매입하여 보전하려는 이유를 물었더니 돌아 온 답이 의외였다. “법은 나중에 바뀔 수도 있어요. 대자본들은 자연경관에 어울리지 않는 큰 호텔들을 짓기 위해 어떤 짓도 합니다. 호놀룰루 시내의 호텔로 충분한데 말이죠.”

호놀룰루 시가 소재한 오아후 섬은 제주도 면적의 80%밖에 안 되는데 인구가 거의 100만 명이다. 산이 높고 경사가 심하여 주거 가능한 면적은 넓지 않다. 그런데도 고층 건물은 호놀룰루에 집중되어 있고 그 이외의 모든 지역은 전원의 풍취를 살리면서 삶의 질과 품격이 매우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지난해는 제주도와 하와이가 자매결연을 맺은 지 30주년이 되는 해였는데 배울 것이 많은 곳임에 틀림없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