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우리 살 땐..." 어르신들이 만든 그림책
"옛날 우리 살 땐..." 어르신들이 만든 그림책
  • 양미순 기자
  • 승인 2016.12.27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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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대어린이도서관, 제1기 어르신그림책학교 졸업작품 그림책으로 펴내
강복자 할머니

[제주일보=양미순 기자] “그림책 학교 오라 보난 초담은 어중구랑도 하곡 아니 해 난 거를 ᄒᆞ난 어떵허코 허난…(그림책 학교 와서 보니 처음은 어리둥절하기도 하고 하지 않았던 것을 하니 어떻게 할까 하니…)”

생애 처음으로 ‘책가방’이란 것을 들고 ‘학교’라는 곳에서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며 정순경 할머니(85‧서귀포시 성산읍 신양리)는 칭찬도 듣고 배움의 기쁨도 알게 됐다.

정 할머니뿐 아니라 설문대어린이도서관 제1기 어르신그림책학교에 참여했던 모든 이들이 자신들만의 이야기에 직접 그린 그림을 담아 그림책을 펴내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회복하고 성취감을 알게 됐다.

설문대어린이도서관은 제주문화예술재단 지역특성화사업으로 지난 3월부터 11월까지 총 30회에 걸쳐 어르신그림책학교를 운영, 참가자들의 작품을 책으로 펴냈다.

노인들의 그림책에는 제주어뿐 아니라 과거의 생활상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어 점점 잊히고 퇴색되는 제주의 고문화를 차세대에 전해주는 하나의 매개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뱀이 와싹!’을 쓴 강복자 할머니는 배움에 대한 아쉬움이 컸던 만큼 열정도 대단했다. 그림책학교에서 나눠주는 스케치북이 아까워 달력 뒷면에 수없이 그림연습을 하며 탄생시킨 할머니만의 그림.

강영미 설문대어린이도서관장은 “어르신들이 망설이며 조심스레 그려내고 색칠하는 글과 그림은 그들이 겪은 아픈 역사와 삶을 오롯이 담아내 우리를 먹먹하게 만들었다”며 “그림책학교는 어르신들에게는 그들의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장이 됐고 아이들에게는 사라져가는 제주어와 제주의 옛 문화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고 말했다.

제1기 어르신그림책학교 졸업생들의 작품은 8권의 그림책으로 발간됐는데 총권 5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책 판매수익금은 향후 어르신그림책 추가 발간 등에 쓰일 계획이다. 문의=064-749-0070.

양미순 기자  manse76@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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