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가
우리는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가
  • 제주일보
  • 승인 2016.12.26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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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하. 수필가

행복은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이자 기준이다. 사람마다 처해 있는 환경이 다르고, 생각이 다른 만큼 추구하는 가치관이 다르기에 모든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행복의 기준은 같을 수 없겠지만 그것은 개개인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소중한 기대치다.

병신년 한 해가 시작되면서 따뜻한 온정으로 품었던 기대와 희망은 얼마나 소중하고 고귀했던가. 국가가 잘 운영되기를, 사회가 더욱더 따뜻해지기를, 자신과 가족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며 두 손 꼭 잡았던 순간들을 생각해 보자.

가슴 깊은 곳에서 치솟는 기쁨의 열정은 붉은 해와 함께 벅찬 열망으로 가득했을 것이다. 그것은 내 삶의 짐이라고 느끼기보다는 삶의 활력소였고 한 해를 살아가는 이유였다.

다사다난했던 병신년, 너무나 많은 짐들을 지고 달려 왔다. 거짓과 집착으로 얼룩진 국정농단, 게이트, 정경유착, 세월호 7시간, 대통령 탄핵, 촛불시위, 특검, 국정조사 등 셀 수도 없는 무거운 짐들이다. 설사 자신이 지고 가야 할 것들이라면 당연하겠지만, 타인에 의한 짐이라면 문제가 다르다.

공동체 사회에서 남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는 행태는 윤리적으로 분명히 문제가 있다.

자신이 저질러 놓은 일을 인정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는 이기적이고 기회주의적인 행동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새들 사회에서 탁란이라는 것이 있다. 그 대표적인 새가 뻐꾸기다. 남의 둥지에 알을 낳고 부화와 육추를 다른 새에서 맡겨 직접 새끼를 끼우지 않는 얌체 새라고 한다. 뻐꾸기들만이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라고 인정하기에는 너무도 비정하다는 생각이다. 아무 것도 모르고 자기 새끼인양 부화와 육추를 하는 조그만 멧새에게는 말이다.

어리석다는 말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법과 제도가 존재하는 인간사회라면 그렇지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얌체 같은 인간 뻐꾸기들이 온 사회를 얼마나 헤집고 다녔던가. 정치 경제 문화 외교 등 그들이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

아직도 자신의 행위를 인정하지 않고 당당하게 활보하는 모습에 분노의 불꽃이 피었다.

해수면으로 떨어지는 해, 일 년 전 떠오르던 모습과 다른 광경은 아닌데도 바라보는 마음은 그렇지를 못하다. 희망보다는 어서 빨리 수면으로 내려가기를 기원하는 절망이라는 사막을 만난다. 부화한 새끼가 자신보다 체구가 큰 모습에 어리둥절하는 멧새의 어두운 표정, 새끼 떠난 빈 둥지를 지키는 외롭고 쓸쓸함과도 같다.

처음부터 잘못된 것을 알지 못한 어리석음을 한탄할 여유조차 없다. 분노의 단계를 넘어 절망감이라는 깊은 수령에 빠져 버린다.

인간 뻐꾸기들의 장난에 빠져버린 공황상태. 책임진 이들에 뜨거운 회개의 눈물이 황막한 사막을 적실 때 희망의 새싹이 돋아날 것이지만 아직은 요원한 일이다.

이제 2017년 정유년을 맞이하게 된다. 새벽을 알리는 붉은 닭의 훼치는 모습처럼 우리 곁으로 다가올 시간이 가까이 왔다.

또다시 두 손을 모으고 소망할 것이다. 서민들이 느끼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소박한 행복을 위해.

다가오는 새해는 우리 스스로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가에 달려있다. 황막한 들판에 피어나는 꽃들 같은 서민들의 소중한 삶의 행복을 꺾지는 말아야 한다.

공직자들은 국민들을 주인으로 생각하여 온정으로 일하고, 국민들은 이들의 노고를 치하 하는 사회로 전환된다면 그것이 곧 진정한 민주주의 꽃이 만발한 사회가 될 것이다.

상처받고 눈물짓는 이들, 황막한 사막에 촉촉이 내리는 빗방울처럼 진실이 어둠을 비추고 상큼한 하늘을 보며 웃음을 지을 수 있는 날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2017 정유년 새벽은 그렇게 찾아올 것이라 고대해 본다.

제주일보 기자  hy0622@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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