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국민을 우롱할 것인가
언제까지 국민을 우롱할 것인가
  • 신정익 기자
  • 승인 2016.12.22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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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신정익 기자] 지난달 노정객인 김종필(JP) 전 국무총리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적확한 평가를 내려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5000만 국민이 달려들어서 내려오라고, ‘네가 무슨 대통령이냐’라고 해도 거기 앉아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 시사 월간지와 나눈 대화에서 JP가 한 이 말은 지금 박 대통령을 규정하는 가장 모범답안이 됐다.

박 대통령의 사촌 형부인 JP는 그러면서 “국민 전부가 청와대 앞에 모여 내려오라고 해도 절대 내려갈 사람이 아니다”라고까지 했다. “하야는 죽어도 안 할 것”이라며 “그 고집을 꺾을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정곡을 찌르는 예상을 했다.

굴곡의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가장 오래 ‘2인자’의 자리를 지킨 JP의 정치적 분석과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낱낱이 드러나면서 지난 9일 국회의 탄핵소추를 받아 직무가 정지된 박 대통령이 보여주고 있는 행보가 그걸 입증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후 3차례에 걸쳐 대국민담화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사과를 하는 듯 했지만 진정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퇴진이나 하야는 애초부터 그의 선택지에 없었다는 얘기다.

결국 국민들의 분노지수만 키웠다. 광장의 촛불이 횃불이 되고, 들불로 번지면서 자신을 청와대에 ‘유폐(幽閉)’시키는 결과로 만들었다.

전국을 일렁이게 하는 촛불은 국민 분노의 표현 그 자체이다. 거짓과 집착으로 일관하는 대통령에 대한 거부의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 국민들의 명쾌한 목소리다.

정상적으로 정권이 유지된다고 해도 1년 남짓 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 일그러진 권력의 우산 밑에서 기생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상황오판도 박 대통령의 버티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가 시작된 가운데 박 대통령의 대리인단들이 제출한 답변서를 보면 박 대통령과 국민들 간 인식의 간극은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그 동안 보여줬던 ‘유체이탈 화법’이 답변서를 통해 살아나 다시 국민들의 가슴을 헤집고 있다.

최순실을 비롯해 대통령과 주변 인물들의 국정농단 게이트를 보도하는 언론에 대해 “질풍노도의 시기에 폭로성 의혹을 남발한다.

객관적 증거는 없다”고 했다. “대통령의 국정수행 총량 대비 최순실 등의 관여비율을 계량화하면 1% 미만이 된다”고 항변한다.

촛불이든, 횃불이든 들 때면 들어보라는 식이다. 국민이 뭔데 대통령을 내려오라 말라 하느냐는 투다. 검찰 수사에 불응한 것은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검찰 수사는 대통령이 먼저 받겠다고 국민들에게 공개적으로 약속했던 사안이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은 아무 잘못이 없는데 국민들만 생트집을 잡는다는 ‘통치자’의 전형적인 시각을 노정하고 있다.

박 대통령을 지극히 잘 모셨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2004년 4월 30일 헌법재판소 대법정에서 한 말을 다시 꺼내보자.

이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최종변론이 열렸다. 김 전 실장은 국회 법사위원장으로 국회를 대표한 소추위원이었다. 박 대통령은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다.

그는 “대한민국 호의 선장이 바뀌어야 한다. 이대로 내버려 두었다가 이미 기울기 시작한 배가 어디로 표류할지 모른다”고 주장하며 탄핵결정을 구했다.

국민들의 뜻과 너무 거리가 먼 이 자신들만의 항변을 헌재는 기각했다.

그런데 이 말은 지금의 상황을 설명하는 말로 부족함이 없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박영수 특검이 21일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주권자인 국민의 명령에 따라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말고 ‘거악(巨惡)’의 뿌리부터 들어내야 한다. 실타래처럼 얽힌 음습한 권력놀음에 대한 책임을 단죄로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신정익 기자  chejugod@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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