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생존
애착=생존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12.13 18: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은숙 서울가정법원 상담위원/숙명여대.가천대 외래교수

[제주일보] 태어나서 아직 만 세 돌이 안 된 어린 자녀가 있는데도 도저히 부부가 함께 살 수 없어서 이혼을 결정했다. 자녀가 어려 자신들이 내린 결정으로 자녀가 받을 여러 가지 영향들을 수만 차례 생각하며 내린 결론이다. 그런만큼 부모의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프다. 어린 자녀를 두고, 이혼을 하는 부모들과 개인 혹은 집단으로 상담을 하면서 그 시기를 지나는 아이들의 특징과 부모가 꼭 해야 하는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 때 꼭 빠지지 않고, 그리고 여러 차례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애착’이다.

생후 2년여 동안 아기와 아기를 주로 돌보아 주는 양육자 사이에는 ‘애착’이라는 마음의 다리가 생기게 된다. 이 다리를 통해 아이는 자신의 마음 상태도 예측해 볼 수 있고 양육하는 사람에게 신호도 보내면서 점차 더 넓은 주변 세상에 대한 믿음을 쌓아가게 된다.

아직 언어를 유창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아기는 자신의 욕구, 마음을 양육자에게 울거나 웃으면서 혹은 기어가거나 매달리면서 신호를 보낸다. 이 신호에 양육자가 얼마나 신속하고 일관되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정서적 안정감의 정도가 결정된다. 아이가 이처럼 자기 마음의 상태를 여러 신호로 세상을 향해 내보낼 때  아이 곁에 있는 양육자가 그 신호에 응답하며 얼른 달려와 주면 아이는 더욱 자신있게 신호를 보낼 수 있게 되고 자신의 신호에 응답해 주는 사람을 통해 예측 가능한 삶을 기대하게 된다. 아이와 양육자 사이의 애착이라는 다리는 마치 바닷가의 등대와도 같다. 햇빛이 비추는 낮 시간의 등대는 여느 건물들과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깜깜하게 어두운 밤, 배들은 등대의 반짝이는 불빛을 보며 안심하고 항해를 한다. 언제고 그 자리에 나를 반기며 서 있는 그 등대. 그런 안전기지가 아이에게는 반드시 필요하다.

반면 양육하는 사람이 자주 바뀌거나 부부갈등 또는 심각한 경제적인 갈등 상황이 지속되어 아이의 기본적인 마음과 몸의 욕구가 즉각적으로 채워지지 않고 오랜 시간 방치되는 경우에 아이는 세상을 향해 놓으려던 믿음의 다리를 놓지 못하고 주춤거리게 된다. 이런 아이들은 다른 사람들과 만났을 때도 눈맞춤을 잘못하고 지나치게 경계하며 혼자서만 놀려고 한다. 아니면 반대로 무분별하게 과도한 친밀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아이는 체중이 잘 늘지 않고 잦은 병치레를 겪으며 영양실조, 감염 등의 합병증에 노출되기 쉽다. ‘반응성 애착 장애’의 증상이다.

그러므로 이 시기의 아이를 돌보아 주는 양육자는 역할이 아주 막중하다. 그렇다고 이 역할이 유난히 어렵거나 특별한 것은 아니다. 다음의 두 가지 사항만 기억하면 된다.

아이가 보내는 신호(배고프다, 응가했다, 쉬했다, 자고 프다 등)를 얼른 알아차리는 민감성을 가져야 한다.
아이를 대할 때 양육자의 기분에 따라 화 내거나 웃거나 과도하게 껴안거나 하지 않고 언제나 다정한 마음으로 대하는 일관성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양육해 주는 사람의 우울정도도 반드시 체크해 보아야 한다.

결혼과 출산을 거치면서 여자는 몸의 변화, 육아의 어려움을 겪게 되고 남자는 경제적으로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압박감, 가장이라는 이름이 얹어주는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 여자의 산후 우울증도 이루 말할 수 없이 힘든 고통이지만 밖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끙끙 앓는 초보 아빠들의 고통도 그에 버금가기 마련이다. 

작은 정성과 주의 기울임에 따라 금새 채워지는 것이 ‘정서’ 혹은 ‘마음’이지만 만약 결핍되고 박탈된다면  생명까지도 위협을 받게 된다. 영유아기 자녀들의 마음에 빨간불이 들어오거나 양육해 주는 사람과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마음에 우울감이 드리운다면 주저하지 말고 주변의 건강한 애착대상자들을 떠올려보자. 그래도 해결이 안될 때는 심리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을 주저하지 말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