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여인들 賤役의 삶에서 인류자산으로
바다 여인들 賤役의 삶에서 인류자산으로
  • 송현아 기자
  • 승인 2016.12.01 1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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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해녀 이야기-'불턱 공동체'서 평등·약자 배려…여성이 이룬 문화론 최초 등재
<신준철 작가 제공>

[제주일보=송현아기자] 2016년 마지막 달인 12월 첫 날이 시작되는 순간 제주는 큰 선물을 받았다. 제주해녀문화가 1일(한국시간)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제11차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에서 유네스코(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가 최종 결정됐기 때문이다. 이로써 해녀문화는 국내에서 2001년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이 첫 등재된 이후 19번째, 도내에서는 2009년 제주칠머리당영등굿에 이어 2번째로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이번 등재 결정은 여성이 이룩한 문화로서는 세계최초여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 지금까지 제주만의 신기한 생활상으로만 여겨졌던 제주해녀가 세계인들이 인정하는 ‘문화’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천대받던 잠녀=조선 시대 해녀는 가장 고통스러웠던 여섯 가지 천역(賤役)인 6고역(六苦役) 중 잠녀역(潛女役)이었다.

조선 인조 7년에 제주도에서 인구 대탈출을 막기 위한 출륙금지령이 내려지고 남자들의 몫이었던 전복잡이 포작역(鮑作役)까지 떠안아야 했다. 포작역도 6고역의 하나다.

특히 해녀는 잠수 일을 할 때면 분명 해녀복을 입음에도 마치 벌거숭이 상태로 일하는 것처럼 ‘불보제기’라며 괄시와 천시를 받았다.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눈에는 해녀복은 옷도 아니었던 것이다.

물질을 끝낸 해녀들이 불턱에서 불을 쬐고 있다. <신준철 작가 제공>

▲그들의 공동체 ‘불턱’=해녀들의 위계질서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던 곳이 불턱이다. 불턱은 해녀들이 물에서 작업하고 올라와 불을 쬐던 휴식처로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우묵지 바위 그늘이나 돌담을 둥글게 두른 곳으로 중심에는 모닥불을 피웠다.

불턱은 잠수 기술을 전수하는 장소였고 1년에 2~3번 하는 바다 청소 ‘개닦이’날도 이곳에서 정했다.

해녀도 숨의 길이와 잠수 깊이에 따라 상군, 중군, 하군의 계급이 있다. 능력 위주의 계급이지만 이들의 관계에는 평등과 약자를 배려하는 철학이 있다. 수확물을 나눌 땐 몸이 아파 물질을 나오지 못한 해녀의 몫도 남겨둔다.

해녀들의 이런 공동체 문화는 일제에 대한 저항을 거쳐 현재까지도 중요한 가치로 남아있다.

▲일제에 대한 저항=일제는 1904년 러일전쟁이 터지자 화약의 원료인 감태를 확보하려고 제주 해녀들을 착취했다. 이에 대해 제주 해녀들은 1932년 1월 7일 대대적인 항일 운동을 전개한다.

제주시 구좌읍 세화오일장에서 촉발된 해녀항일 운동은 모두 238차례, 연인원 1만7000여 명의 해녀가 동참했고 이들의 항쟁은 제주항일운동사의 주요한 부분으로 전해지고 있다.

▲등재 의의와 과제=유네스코는 생태적으로 바람직한 제주 해녀의 잠수(물질) 기술과 책임감이 선배에서 후배 해녀로 전해지며, 선배 해녀들이 어촌계를 이끌며 전통을 유지하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1일(한국시간)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유네스코 제11차 인류무형유산보호 정부간위원회에서 제주 해녀문화에 대한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결정이 내려지자 해녀 대표 강애심씨(법환해녀학교장, 오른쪽부터)와 원희룡 도지사, 이병현 주유네스코 대한민국 대표부 대사 등이 환호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제공>

김순이 제주해녀문화보전 및 전승부위원장은 이와 관련 1일 “제주해녀의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는 여성이 이룩한 문화로서 세계 최초이다”라며 “여성문화로서는 처음으로 우수성과 인류가 보전하고 전승해야 할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김 부위원장은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서는 “해녀문화 가운데 해녀의 신앙, 불턱에서 전승되는 해녀문화, 해녀들만의 500종의 언어, 관행 등을 조명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라며 “해녀들이 젊은 해녀들을 마음을 열고 받아들여서 제주 해녀문화를 전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제주 해녀문화의 의의와 각오, 다짐을 담은 ‘제주 해녀 헌장’(가칭)을 제정해 발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현아 기자  sha@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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