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성과 행복
낙관성과 행복
  • 제주일보
  • 승인 2016.11.29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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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신. 하귀일초등학교장 / 수필가

‘풍요의 역설’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물질적 웰빙과 사회 심리적 웰빙 간의 불균형을 의미한다. 과거에 비해 수입이나 소비가 몇 배로 늘어났지만 삶의 만족도는 거의 변화가 없는 연구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삼십여 년 전보다 학교의 기자재는 좋아졌고 시설환경도 좋아졌지만 그 안의 학생이나 교사들이 더 행복한 것 같지는 않다.

올 3월 SBS문화재단 후원으로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에서 주관하는 ‘제4기 교사 행복대학’에 입학했다. ‘행복을 공부하자’는 모토로 한 달에 두 번 한 학기 동안 서울대학교에서 행복에 관련된 핵심이론들을 강의하고 유명 인사들을 초청해 인문학 특강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행복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찾고 행복 수업을 통한 행복한 교사, 행복한 아이들을 꿈꾸는 남다른 열정을 지닌 선생님들에게 합격의 문을 열어주었으니 그 열기가 뜨거웠다.

제주도에서 올라가니 대단하다는 인사를 많이 받았지만 부산, 마산에서 온 선생님에 비하면 이동이 더 쉬운 편이었다. 두꺼운 긍정심리학 책과 행복을 이야기하는 몇 권의 단행본, 청소년 심리학, 사회심리학 강의 요약본을 가방에 넣고 다니는 동안 마치 서울대생이 된 듯 했다. 훌륭한 교수들의 강의와 유명한 분들과의 인문학적 만남은 지식의 통섭을 통해 태어난 또 다른 학문을 접하는 배움과 힐링의 시간이었다.

행복이론을 바탕으로 행복수업을 설계하고 팀프로젝트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팀원 간의 결속력과 친분은 점점 높아졌다. 그 인연으로 팀원 중 네 분 선생님이 올 여름방학에 제주를 찾아 우리 집에서 머물면서 행복수업에 대한 뒷이야기를 나누었다.

행복에 대한 핵심이론은 변인들이 다양하다는 것과 이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것이다. 행복에 영향을 주는 변인들 중 외적인 것들 보다 개인의 내적 요인이 더 영향력이 크다는 것은 이미 아는 사실이다.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도 그런 맥락이다. 그 ‘마음먹기’는 그냥 되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 익히면서 습득해 가는 것이다. ‘행복수업’은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의 내적 특성들을 발굴 성장시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그 중 중요한 것이 낙관성이다.

똑 같은 상황에서 어떤 사람은 희망을, 어떤 사람은 절망을 이야기한다. 시부모님 봉양을 힘들다고 하소연 하는 친구도 있고, 반면 많이 힘들겠다 생각하는 데도 본인은 의연하게 대처하는 이웃도 있다. 힘들 것 같은 일도 웃으며 문제를 해결하는 학생도 있고, 해 보지도 않고 힘들다고 여기는 학생이 있다. 같은 무게의 짐도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 것은 능력의 차이보다 그 사람의 낙관성과 관련이 더 있다.

두 그룹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사례가 있다. 한 그룹은 즐겁고 기뻤던 일을 떠올리게 했고 다른 그룹은 슬프고 기분 나빴던 일을 떠올리게 한 다음 그것들을 쓰고 발표하게 했다. 그 후 곧바로 똑같은 시험을 봤는데 즐거웠던 일을 떠올렸던 그룹이 성취도가 높게 나왔다. 훌륭한 교사는 긍정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안다. 인생을 행복으로 이끄는 낙관성은 긍정에서부터 출발한다. 오늘 이 순간을 긍정하는 삶이 곧 행복한 삶이다.

제주일보 기자  hy0622@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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