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농지잠식 좌시해선 안 돼
급속한 농지잠식 좌시해선 안 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11.13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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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제주지역에 불고 있는 개발붐에 멀쩡한 농지가 급속하게 사라지고 있다. 농업의 근간인 농지가 사라진다는 것은 당장 농업기반 붕괴라는 부작용을 넘어 녹지의 한 축이 사라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올 10월말 기준 제주도내 농지(지목상 전·답)는 3만6848ha로 지난해 말 3만7170ha에 비해 330ha가 줄었다. 1ha가 1만㎡인 점을 고려할 때 330만㎡, 즉 100만평의 농지가 사라진 것이다. 과수원은 지난해 1만6358ha에서 올 들어 191ha가 줄어든 1만6929ha로 몸집이 왜소해 졌다. 특히 대규모 개발이 집중된 목장용지는 지난해 말 1만5765ha에서 올 10월 1만5616ha로 742ha가 파헤쳐졌다. 결과적으로 농지와 과수원 및 목장용지 1263ha가 각종 개발로 제 모습을 잃었다.

제주국제공항 부지면적이 300만㎡ 정도인 점을 감안한다면 제주공항부지 4배 면적의 1차산업 생산용 토지가 1년도 안 돼 사라졌다. 반면 제주도내 대지면적은 2011년 5607ha에서 올해 6763ha로 1156ha가 늘었다. 같은 기간 유원지는 150ha에서 312ha로 갑절이상 늘었고, 골프장이 중심인 체육용지는 3056ha에서 3198ha로 증가했다. 문제는 이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농지 잠식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농지와 과수원 또는 목장용지의 경우 일정한 요건을 갖춘 뒤 농지전용부담금 등을 낼 경우 개발에 별다른 제약이 따르지 않는다. 이 때문에 도심지에서 개발용지를 구입하지 못한 사업자들은 상대적으로 땅값이 싼 농어촌 지역과 중산간 목장지대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런데 읍면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농지 및 과수원 잠식은 여러 측면에서 부작용이 발생한다. 우선 녹지축의 잠식이다. 농지와 과수원은 지목이 다를 뿐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녹지지역이다. 그런데 이들 농지와 과수원, 그리고 목장지역이 대지 및 유원지 지구로 형질이 변경된다는 것은 더 이상 이들 지역에서 녹지기능이 어렵게 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아가 읍면지역 농지 및 과수원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개발은 도시의 무분별한 팽창으로 이어져 효율적인 도시관리를 어렵게 한다.

특히 읍면지역 원도심 격인 취락지역이 아닌 마을 외곽에 있는 농지 또는 과수원에 새로운 건물들이 대거 들어서면서 주민들 간에도 위화감이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일고 있다. 제주의 전통 주택들을 성곽처럼 둘러싸고 있는 타운 하우스가 그 대표적 사례다. 제주도는 농지와 과수원 등에 대한 개발행위 제한이 근본적으로 어렵다면 농지 개발 때 부과되는 농지전용부담금을 현실화 시키는 등 개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제주 농업기반 붕괴가 뻔히 보이는데 못 본 채 해선 안 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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