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멈춰야 사는 바다 품은 여인들의 이야기
숨을 멈춰야 사는 바다 품은 여인들의 이야기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6.11.03 1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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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물숨

[제주일보=부남철기자] ‘제주 해녀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될 것이 확실시되면서 제주 해녀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은 제주 해녀 문화는 그동안 영상을 통해 제주인은 물론 전 세계인들로부터 공감과 보존의 필요성을 인정받아왔다.

제주해녀가 영화에 등장한 것은 1960년대 고(故) 신상옥 감독이 제작을 맡고 최은희, 박노식, 최지희가 주연을 맡았던 ‘해녀’이다. 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 영화에서 해녀는 진정한 해녀의 모습을 보여주기 보다는 드라마적 요소로써 등장한다.

하지만 2005년 하라무라 마사키 감독의‘해녀 양씨’가 국내에서 상영되면서 해녀들의 진정한 삶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졌으며 지난 9월 개봉한 고희영 감독의 ‘물숨’은 7년 동안 가감없이 제주 해녀의 삶과 문화를 영상에 담아냄으로써 진정한 해녀상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60년대~2000년대=제주 해녀 영화의 효시는 고(故) 신상옥 감독이 제작을 맡고 박영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해녀’(1964년 개봉)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육지를 동경하는 해녀 자매의 이야기이다. 육지를 동경하던 자매 중 언니가 육지 사나이의 유혹을 받아 서울로 올라가지만 고생만 하고 다시 제주로 돌아와 육지로 나가려는 동생을 설득한다는 내용이다.
1977년 임권택 감독이 제작한 ‘옥례기’는 해녀일을 해 가족을 부양하는 17세 소녀가장 옥례가 산골 장애인 신랑을 만나 역경을 극복하고 효부상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이 외에도 1983년 제주출신 강대하 감독이 제작한 ‘과부 3대’, 1995년 유현목 감독의 ‘말미잘’, 1999년 박광수 감독의 ‘이재수의 난’, 박흥식 감독이 우도를 배경으로 2004년 제작한 ‘인어공주’ 등에 해녀가 등장하지만 ‘해녀 문화’와는 거리가 먼 드라마적 요소에 그쳐 아쉬움을 준다.

▲해녀 양씨=하라무라 마사키 감독이 제작한 다큐멘터리로 2004년 일본 도쿄에서 처음 상영됐다. 일제 강점기 제주 해녀 출신 재일동포의 삶을 다루고 있다. 제주도가 고향으로 반평생을 해녀로 살아온 오사카에 거주하는 양의헌 할머니의 삶을 담고 있다. 일찍부터 어려운 생계를 잇기 위해 봄부터 가을까지 쯔시마를 비롯한 바다에 나가 고단한 잠수질로 생활을 꾸리면서도 한국인으로서의 자존심을 꿋꿋이 지켜내는 양 할머니의 삶의 향기를 전해 준다. 이 작품은 2004년 일본 문화청에 의해 일본영화의 향상과 발전에 기여한 가장 우수한 문화기록 영화작품으로 선정돼 대상을 받기도 했으며 2005년 제4회 제주영화제 개막 상영작으로 선정됐다.

▲해녀의 노래=이민주 감독이 2006년 개봉한 작품으로 2년 여의 제작기간을 거쳤으며 제주 해녀들의 삶과 애환을 그들이 부르는 노래 ‘이어도 사나’와 유기적으로 결합시켜 표현했으며 ‘2007년 슬램댄스 영화제 단편 다큐멘터리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제주도 해녀=바버라 해머 감독이 제1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출품한 작품으로 구성진 노랫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검은 잠수복을 입은 해녀가 푸른 물결이 넘실대는 바다에서 물질을 하는 장면으로 지삭된다. 해녀가 물에서 빠져나오면 물안경 사이로 깊게 주름진 얼굴이 보이고 뭍에 있는 사람들은 해녀에게 “수고했수다”라는 인사를 건넨다.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삶과 터전을 온전히 지켜 온 제주 해녀들에 대한 경의를 보여준다.

▲그림 그리는 해녀=문화공동체 서귀포사람들이 해녀들의 미술 치료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작품으로 2013년 3월부터 5월까지 서귀포사람들이 서귀포시 남원읍 남원리 해녀 5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미술 힐링 프로젝트’ 진행과정을 영상에 담은 작품이다. 자신의 손을 도화지에 그린 후 예쁘게 꾸미고 자신의 손이 갖는 의미에 대해 발표하고, 거친 돌 틈을 헤집느라 흉터 투성이가 돼버린 손을 석고로 본을 뜬다. 물질하며 바라본 바다를 도화지에 그린 뒤 물질할 때 부르는 ‘이어도 사나’노래도 다같이 부른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임신해 배가 불러와도 물질을 하고 아이를 낳고도 젖도 못 물린 채 바다에 나갔던 가슴 아픈 사연을 비롯해 물질하며 겪었던 위험한 순간 등 고생담을 덤덤히 꺼내기 시작한다. 제48회 휴스턴 국제영화제 여성 이슈 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계춘할망=오랜 시간 동안 연기 잘 하는 배우로 명성을 지켜온 윤여정과 최근 가장 주목받는 젊은 여배우로 각광을 받는 김고은이 출연한 영화다. 12년 만에 잃어버린 손녀를 기적적으로 찾은 해녀 계춘(윤여정)이 손녀 혜지(김고은)와 예전처럼 단둘이 제주도 집에서 함께 살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휴먼드라마 영화다. 해녀 역을 밭은 윤여정은 실제 해녀들이 물질하면서 입는 복장과 장비를 착용하며 노쇠하지만 누구보다 손녀를 아끼는 노(老) 해녀로 열연했다.

▲물숨=숨을 멈춰야 사는 해녀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이다. 우도에서 글보다 물질을 먼저 배운 해녀들을 7년 가까이 취재한 기록으로 한편생 바다와 함께 한 해녀들의 다양한 사연이 녹아있다. 남보다 숨이 길어 ‘해녀왕’으로 꼽히는 상군 김연희씨는 한 번 바다에 들어가면 100kg 이상의 소라를 안고 나와 ‘바다의 포크레인’으로 불린다. 중군인 김정자씨의 딸은 18살 때 바다로 들어간 뒤 영영 나오지 못했다. 딸을 바다에 묻었지만 물질하지 않으면 살 수 없어 오늘도 바다로 뛰어든다. 하지만 해녀들은 단순히 삶을 이어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멀리서 숨비소리가 들리면 가슴이 저절로 철렁철렁해지고 다시 태어나도 해녀가 되고 싶을 정도로 바다가 좋기 때문”에 오늘도 물질에 나선다.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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