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건국가의 길
봉건국가의 길
  • 변경혜 기자
  • 승인 2016.10.26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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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변경혜 기자]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2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한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어야 할 이원종 실장은 비선실세 최순실씨(최서원으로 개명)의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하자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런 말을 믿겠느냐”며 확정적으로 부정했다. 그리고 불과 며칠 사이, 최씨와 박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국가체계를 완전히 허수아비로 만들어버린 이 엄청난 사건에 국민들은 충격과 혼란, 분노에 빠져들고 있다.

최씨는 박 대통령의 연설문은 물론 거의 매일 청와대로부터 30㎝ 두께의 ‘대통령 보고자료’를 건네받아 국정에 일일이 간여했다는 증언이 나왔고 해외순방의 스케줄과 의상, 심지어 대북관련 일급보안문서까지 사전에 보고받았다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최씨가 국가권력을 손아귀에서 핸들링하는 사이 쌓은 엄청난 재산내역도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과거 대통령의 측근비리와는 비교대상이 되지 않는다.

사실 최씨는 물론 박 대통령의 사생활은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대통령이 되기 전도 그랬고 집권한 이후도 그렇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국가경영의 최고 책임자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은 봉건시대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해외의 사례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지난 대선당시 상대후보였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인 경우 경남 양산시 고향집의 11평(37㎡) 정도 되는 가건물의 불법증측 논란이 일던 것과는 대조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많은 표차로 당선됐지만 그의 행적에 대한 검증은 있었다. 오히려 이 전 대통령과 당내 경선을 치룰 당시 박 후보에 대해 제기됐던 여러 의혹들이 많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혹자는 오히려 정치지도자임에도 투명하지 않은 그의 사생활에 위험한 투자를 한 대한민국이 대형참사를 겪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리스크가 높은 만큼 감내해야 한다는 말이다.

대한민국의 헌법을 들여다보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그 민주공화국이 봉건국가로 전락했다. 봉건국가가 진짜 민주공화국으로 성장하기 위한 성장통이라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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