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식을 갖춘 작가가 필요하다
사회의식을 갖춘 작가가 필요하다
  • 제주일보
  • 승인 2016.10.25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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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후. 작가 칼럼니스트

‘현길언’ 이름 석 자를 도민의 인명사전에서 지워야 되지 않을까? 그를 제주출신 지식인이라고 이름 붙이기에는 너무 낯부끄러운 글을 쓰고 행동하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4·3을 향한 그의 치욕적인 언어행태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자못 가슴이 저려온다.

얼마 전 제주4·3평화공원에서 예정됐던 현길언의 특강 ‘제주의 가슴 아픈 현대사 4·3’도 전격 취소됐다. 방송 관계자들을 초청해 진행하는 워크숍 프로그램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마련하고, 제주도와 제주영상위원회가 공동 주관하는 행사였다.

제주4·3유족회와 도민사회가 현길언의 특강 소식에 발칵 뒤집혔다. 제주4·3을 편파적으로 왜곡하는 인물을 제주4·3을 소개하는 자리에 모시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었다. 제주도와 영상위는 부랴부랴 일정을 수정해 문제가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직접 현길언을 섭외했다는 주장이 불거지면서 제주4·3유족회는 더욱 분개하였다.

지난 이야기를 하나 들춰보자. 2012년 7월 9일 현길언은 국민일보의 ‘여의도포럼-현길언’을 집필하면서 이승만, 박정희 두 대통령을 칭송하고 나섰다. 두 대통령이 역사적인 비전을 갖고 직무를 수행했다는 것이다. 이승만은 ‘민주주의 국가를 만들자’는 꿈을 제시했고, 박정희는 ‘잘살아 보자’는 꿈을 심어주었다는 것이다.

그는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가 역사적 실상을 왜곡한 부실한 보고서이며 정치권력에 의한 역사 왜곡이라고 주장한 ‘정치권력과 역사왜곡’이란 책도 펴냈다.

이 책에서 그는 김대중정부 시절 제정된 특별법의 문제점과 그 법에 의해 작성된 진상 보고서의 편향성을 주장하고 제주4·3의 비극을 극복하는 방법과 보고서를 보완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작가의 첫째 조건은 역사의식이다. 과거를 성찰하지 못하거나 미래를 직관할 수 없다면 진정한 작가가 아니다. 시간 속의 어떤 사건이 무슨 의미인지 전혀 모르는 사람이 작가가 되어 세상을 향해 떠들게 되면 어떻게 될까? 작가가 사회의식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공간과 시간 속에서 누가 어떤 목적으로 무슨 짓을 했는데, 그게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는 사람이 작가가 되어 세상을 향해 떠든다면 어떻게 될까? ‘여의도포럼-현길언’에는 가끔 역사를 흠집 내는 졸렬한 글귀가 보인다.

제주4·3유족회와 현길언의 악연(惡緣)은 과거에도 있었다. 2013년 6월 27일, 제주4·3유족회가 성명을 내고 ‘4·3을 폄훼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출신 작가가 제주4·3을 왜곡하며 극우세력의 발언과 똑같은 발언을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주4·3유족들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안겼다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던 그 당사자가 바로 현길언이다.

당시 현길언은 자신이 편집장으로 있는 ‘본질과 현상’에 “제주4․3은 의로운 저항이 아니라, 남로당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방해할 목적으로 일으킨 반란”이라며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가 이를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본질과 현상’에는 제주도와 제주도개발공사 등 공공기관이 협찬 광고를 실어 현길언의 논조에 부화뇌동함으로써 도민과 제주4·3유족들의 가슴을 못을 박고 말았다. 그 광고가 국민의 세금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하여 시비를 걸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편파적인 역사학자나 언론인이 전염시킨 악령에 이끌려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를 추인했고, 제주4·3은 태어나지 말아야 할 정부에 저항해 일어난 ‘사태’라 하며, ‘반란’을 옹호하였다. 제주4·3평화공원에 세워진 백비(白碑)의 의미까지 먹칠하고 나섰다.

그동안 극우세력들은 작가나 학자의 입을 통해 제주4·3흔들기에 앞장서 왔다. 현길언도 마찬가지로 제주4·3을 왜곡하고 있다.

 

제주일보 기자  hy0622@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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