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의 긍정적 기능
스트레스의 긍정적 기능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10.2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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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 신경정신과 전문의

[제주일보]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는 건강의 적으로 여겨진다. 스트레스는 사람을 병들게 만들고 평범한 감기에서부터 온갖 질병에 걸릴 위험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뇌세포를 죽이고 DNA를 손상시키며 노화를 촉진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되어 왔다.

그래서 의사를 비롯한 여러 건강분야의 전문가들은 대부분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방법들에 대해 많은 조언을 한다. 그렇다면 정말 스트레스는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 적일까.

스트레스는 우리가 스스로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위태로워질 때에 발생하게 된다. 즉 스트레스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발동하는 우리 내부의 자극이라고 할 수 있다. 역설적으로, 스트레스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도 있다.

스트레스가 우리의 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는 스트레스에 대한 우리의 ‘생각’에 달려 있다. 몇 가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신체에 대한 스트레스의 ‘독성’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사람보다는 스트레스가 많든 적든 그것이 스스로에게 ‘해롭다’고 생각한 사람에게서 높게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트레스가 우리 신체에 유익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같은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그 상황을 훨씬 더 잘 견딜 수 있다.

그렇다면 스트레스는 실제로 몸에 유익할까. 많은 연구의 결과들은 ‘그렇다’고 말하고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 중 DHEA라는 호르몬은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뇌 영역을 활성화하여 우리 뇌를 스트레스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는 모습으로 성형하는 역할을 한다.

스트레스 호르몬 중 우리의 몸을 망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은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조차도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한 사람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병하는 것을 감소시켜 준다는 보고도 있다.

우리가 흔히 ‘애착 호르몬’ 또는 ‘모유 호르몬’이라고 알고 있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도 스트레스를 받을 때에 더욱 많이 분비된다. 옥시토신은 스트레스로부터 우리의 심장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힘이 들 때에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도록 함으로써 위로와 격려를 구하게 하고 고통 속에서 오히려 인간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할 계기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은 자동차가 달리기 전 엔진에 시동을 넣는 것과 같고, 호흡이 가빠지는 것은 뇌에 산소를 잘 공급하기 위한 것이며, 근육이 뭉치는 것은 더욱 강한 힘을 내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는 등 스트레스 반응의 긍정적인 면에 대해 떠올려보는 것이 중요하다.

스트레스가 우리의 건강에 미치는 해로운 영향을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내 몸이 지닌 힘을 믿고, 스트레스 반응이 건강에 유익하다고 여기기로 한다면 우리 몸은 반드시 그에 대한 보답을 보내올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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