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부끄럼움을 없애라
내 마음에 부끄럼움을 없애라
  • 현봉철 기자
  • 승인 2016.10.19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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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현봉철 기자] 지난해 700만명의 관객을 끌어 모아 화제가 됐던 영화 ‘내부자들’에서는 우리나라의 재벌과 정치인, 언론, 검찰 등 권력의 비뚤어진 민낯이 낱낱이 드러난다.

영화를 보며 설마했던 장면들은 고스란히 현실로 드러나 2016년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대중들은 개·돼지입니다. 적당히 짖어대다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라는 영화 속 보수 언론 주필의 말은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민중은 개·돼지로 보고 먹고살게만 해 주면 된다’라는 말로 현실화됐다.

또 대기업 회장과 유력 정치인 등이 성접대를 받는 장면은 삼성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현실을 정확히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업을 위해 사설을 쓰고 향응을 받는 언론인의 모습은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청탁을 하고 금품을 받은 의혹으로 사임한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과 닮았다.

또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진경준 전 검사장, 김형준 부장검사 등의 행태는 영화 속 검찰들의 모습과 오버랩된다.

이 때문에 누리꾼들은 영화 내부자들이 픽션을 가장한 논픽션이라고 말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르’와 ‘K스포츠재단’ 의혹으로 ‘실세 중의 실세’ 최순실씨가 논란이 되면서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현실이라고 꼬집고 있다.

현실은 영화처럼 내부자들의 유착 비리를 낱낱이 폭로하고 심판받게 할 수 있을까?

과연 ‘궨당’문화로 일컬어지는 제주의 암묵적인 카르텔은 영화 내부자와 다르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지난달 28일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내부자들의 유착을 막을 수 있을지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가장 평범하면서도 어려운 희망마저 버리는 것은 우리에게 너무 가혹한 형벌이다.

그러고보니 영화 내부자들에서 언론사 주필 사무실에 걸린 액자에는 ‘무괴아심(無愧我心)’이라는 글자가 씌어있다. ‘내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도록 한다’라는 뜻이다.

현봉철 기자  hbc@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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