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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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10.19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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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숙 서울가정법원 상담위원/숙명여대·가천대 외래교수

‘신현림’이라는 작가를 알게 된 것은 1996년 발간된 그녀의 두 번째 시집<세기말 부루스>를 읽게 되면서 였다. 당시 소아정신과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임상전문가였는데 책장에는 전공서적만큼이나 문학서적이 많이 꽂혀 있었다.

그때 시집에서 만난 그녀의 문장은 활달하고 거리낌이 없었다. 매력적이었다. 이후 시간이 많이 흘러 나는 여전히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상담가의 길을 걷고 있고 10여년전 부터는 이혼하려거나 이혼 후의 자녀 문제-양육권 변경, 면접교섭 변경, 양육비 청구 등-를 해결하러 온 사람들과 상담을 하는 역할에 주력하고 있다.

이 즈음에 다시 그녀의 글 ‘신현림의 싱글맘스토리’를 읽었다.  그녀의 문장은 내게 바로 걸어 들어왔다. 그녀의 깊은 속내가 담겨있는 문장을 잠시 소개한다.

이제부터 내 이야기를 해야 한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언제가 흐려질 기억이지만 듣는다는 건 사랑하는 일이라고 한다.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렇게 말하며 정을 쌓아가는 게 사람살이일 것이다. 내 얘기를 통해 서로 삶을 들여다 보고 생각할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차라리 꿈속이었다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둡고 습습한 지난 결혼 생활을 돌아보기가 괴롭다. 어떤 괴로움도 와인처럼 장기숙성되면 무심해진다 하지만 괴로움은 와인이 아니므로 푹  익기 전에 세상 밖으로 내어 놓음으로써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와 무심의 세계를 만들어 갈지도 모른다.

여기서 먼저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이혼은 결코 실패가 아니라는 것.(중략)이혼을 한다고 사랑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이혼으로 새로 눈 뜬 삶의 가치들을 소중히 여기게 되었다.(중략)이혼에 따른 면접교섭 문제가 아직도 나를 힘들게 하지만, 내 삶은 전보다 훨씬 흥미롭고 평화롭다.

결혼이든 이혼이든 그 어떤 삶이든 그 속에는 온갖 것들이 들어 있다. 결혼생활을 유지한다고 하여도 이혼을 선택한다고 하여도 그 선택을 한 것에 대한 여파는 있기 마련이다. 이혼을 선택한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이혼의 후유증이 있다는 것, 어찌 없겠는가. 어떤 후유증이 있는지 살펴보면 내가 어디쯤, 무엇을 느끼며 와 있는 지 알 수 있다.
후유증은 다음과 같다.

•분노가 치민다.-“아이가 아빠(엄마)이야기를 하면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언성을 높이게 되요” “ 나를 버린저 사람을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요” “ 이혼 당했다는 생각에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어요”

•실패했다는  생각으로 수치심을 느끼요.“ 내 인생에서 이혼은 생각도 안했는데 당하고 보니 세상이 끝난 것 같아요” “ 이혼 후에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내가 이혼했다고 무시하는 것 같아요”

• 불안해요.“아이들과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고민이예요”“월급 받아서 아이들 양육비 주고, 집 월세 내고 나면 내가 쓸수 있는 돈은 거의 없어요”“앞으로 아이들을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아서 불안해요” “작은 집으로 이사를 가려고 하니까 아이들이 울면서 안가면 안되냐고 해요”

• 자녀에 대한 죄책감이 들어요.“ 아이들에게 미안하죠 남들처럼 잘 살지도 못하고 부모 잘못 만나서 불쌍하지요”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야근까지 하고 집에 오면 밤 11시가 넘어요. 집에 와보면 아이들이 저희들끼리 저녁먹고 TV보다 자고 있어요”

•일에 집중이 안되고 사람들 만나는 것이 두려워요-“아이 문제로 자주 자리를 비웠더니 직장에서 그만 두라고 하네요”“남들이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사람들을 만나고 연락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요”“머리가 너무 복잡해서  사람들과의 연락을 끊었어요”

•우울해서 자살충동이 생겨요.-“만사가 귀찮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고 자신이 헛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습니다” “빈 집에 들어오면 쓸쓸합니다. 아이들도 보고 싶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후유증을 극복할 수 있을까? 후유증을 겪어본 사람들의 경험을 모았다.
1자녀를 정기적으로 만나자.- 만나지 않으면 나도 자녀도 힘들다.
2이혼한 사실을 친한 사람들에게 말하고, 화를 내거나 소리도 질러보고 실컷 울어보자.
3나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피하고  상담을 받거나, 나를 지지하고 위로해 주는 사람들,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어울려보자.
4 아무리 배우자가 나쁘더라도 이혼에는 나도 책임이 잇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배우자를 용서하자.
5.감사일기(나에게 오늘 좋았던 일, 가장 고마운 사라므 오늘 밤꾸고 싶은 꿈)를 써보자.
6. 주변 환경을 바꾸어 기분을 변화시켜 보자.
7.운동을 규칙적으로 하자.
8.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하자.
9. 새로운 친구들을 만들어 새로운 활동을 시작하자.
10. 나의 장점을 살려줄 직업을 찾아 그 일에 열중하자.
11 종교를 가져보자.
12.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더 이상 과거에 미련을 갖지 말자.
13. 이혼은 가족의 파괴가 아니라 가족관계의 변화(두 지붕 한가족)라고 여기자.
건강한 이혼, 할 수 있다!
(참조. 우리 아이를 위한 현명한 선택. 필자가 공저로 속해있는 고양지원 출판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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