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은 되물림된다
청렴은 되물림된다
  • 제주일보
  • 승인 2016.10.1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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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예. 제주특별자치도 설문대여성문화센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아버지는 12년 동안 마을의 이장으로 일하셨다. 대부분의 동네 사람들은 이장을 하면 많은 혜택을 볼 거라 생각했지만, 아버지는 집에 보탬을 주기는커녕 손해만 끼치는 것같이 느껴졌다.

한 일화로 이장 자녀의 경우 추천을 통해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우리 집 세 남매는 단 한 번도 장학금을 받아 보지 못했다.

아버지가 늘 동네에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를 대신 추천했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항상 어머니의 잔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어느 덧 시간이 흘러 나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9년차 공무원이 됐다. 사실 공무원이 된 뒤 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가끔 예산을 몰래 빼돌려 징계를 받은 공무원의 이야기를 풍문으로 듣긴 했지만 그저 먼 이야기일 뿐이었다.

‘청렴’이란 단어를 곰곰이 되뇌다 보니, 현재 공무원으로서의 내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사소하게 생각하며 당연하게 받았던 호의나 내 욕심으로 내 것처럼 쓸 수 있는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 때 아버지 생각이 났다.

아버지의 생활 자체가 청렴을 대변하는 듯했다. 비록 작은 자리일지라도, 사사롭게 욕심 부리지 않고 해야 할 도리와 역할을 제대로 해내는 것, 그것이 아버지가 내게 보여 준 청렴이고, 그게 정답인 것 같았다. 예전엔 왜 깨닫지 못했을까….

‘자녀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라는 말이 있다. 나도 두 아이의 엄마로서 청렴한 삶을 대물림해 주고 싶다. 우리 아이들에게 청렴한 미래를 물려주고 싶다.

일반 시민으로서도, 공무원의 일원으로서도, 그 의무와 책임을 다시금 마음 속에 되새겨야 할 때인 것 같다.

제주일보 기자  hy0622@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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