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감귤은…
 올해 감귤은…
  • 신정익 기자
  • 승인 2016.09.28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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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신정익기자] 보름 전 쯤 추석 때 감귤 주산지인 남원읍 지역에 있는 감귤원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극조생은 아니었지만 일부 열매는 많이 자라서 색택이 건강했다.

그런데 열매가 쩍쩍 갈라진 이른바 ‘열과(裂果)’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심한 경우 한 가지에 달린 여러 개의 감귤이 과육이 훤히 드러날 만큼 갈라져 부패가 시작됐다. 

지난 여름 열대야가 40일에 육박할 만큼 기록적이었던 폭염과 가뭄이 남긴 상처다. 바짝 말랐던 감귤열매에 지난 달 말 갑자기 비가 내리면서 열매가 터진 것이다. 올해는 ‘열과’가 농심을 태울 것인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지난 2년 감귤농가들은 지긋지긋한 날씨 때문에 마음고생이 말도 못할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는 새 올해산 노지감귤 출하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제주도감귤출하연합회가 지난 20일 올해 노지감귤 첫 출하일을 10월 1일로 정하면서 공식적으로는 그렇게 됐다. 

제주도관측조사위가 예상한 올해 생산량은 54만4000t 안팎이다. 일부에서는 적정생산을 웃도는 것이어서 처리난을 걱정하기도 한다. 

2014년산과 2015년산 감귤처리는 기억하기도 싫을 정도로 뒤죽박죽이었다. 정책을 탓하기 전에 날씨가 철저히 외면하면서 감귤조수입은 곤두박질쳤다. 수확기에 맞춰 연일 쏟아지는 눈과 겨울비는 농심을 유린하고도 남았다. 

2013년산 5264억원이었던 노지감귤 조수입은 2014년산 3435억원, 2015년산 2924억원으로 2년 새 사실상 ‘반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이런 와중에 감귤정책도 오락가락하면서 중심을 잡지 못했다. 대표적인 것이 가공용 수매 정책이다. 지난해의 경우 가공용 수매물량을 8만t으로 공언했다가 상황이 악화되자 부랴부랴 비상품 시장격리라는 명분으로 수매량을 늘리고 산지폐기라는 고육책을 뒤늦게 내놓아 설익은 모습을 드러냈다. 

제주도는 지난해 ‘감귤산업 구조혁신 5개년 계획’을 야심차게 발표했지만, 첫해부터 스타일을 구긴 꼴이 됐다. 

농정당국의 어설픈 감귤행보는 올해도 이어졌다. ‘풋귤’ 수매는 얘기도 꺼내지 못할 수준에서 끝났다. 여기저기서 쏟아낸 책임지지 못할 말들을 정책에서 거르지 못한 후유증이 크다. 

수매계획 자체가 현실과 동떨어져 애초부터 실패는 예견됐다. 그런데도 밀어붙인 결과는 부끄러울 정도다. 계획 대비 1.73%를 수매하는 데 그쳤다. ‘풋귤’보다 더 설익은 농정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여기에 비상품이라도 일정 수준의 당도를 넘는 감귤은 상품으로 허용하는 방안도 공론화하다가 슬며시 꼬리를 내렸다. 

올해 노지감귤이 본격 출하되기 시작하면 또 어떤 예상치 못한 변수가 뛰어나올지 모른다. 벌써 좋지 않은 징후들은 나오고 있다. 소과(小果)가 예년보다 많다는 얘기는 진작 시작됐다. 

여기에 극조생 첫 출하를 너무 앞당기는 바람에 출하 막바지인 하우스감귤과 시장에서 혼란스런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우려도 들린다. 속칭 ‘꼬다마’ 수준인 비상품 하우스감귤이 시장에 밀려들어가면서 막판 이미지를 흐린다는 지적이 시장에서 나온다. 이러다간 극조생 초기 가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농가들도 하지 말아야 할 짓은 이제 스스로 거둬들여야 한다.
 

감귤농사가 ‘산업’으로 커진지 반세기를 넘고 있지만 ‘고질병’은 여전하다.
 

중국 명나라 말기 때 황실 의관을 지낸 공신은 병을 초기에 고치는 세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정확하게 병을 진단하고 처방을 내리는 명의(名醫)를 만나는 것을 들었다. 두 번째는 환자가 지켜야 할 기본적인 수칙을 잘 따르는 것이다. 이를테면 약을 제시간에 복용하는 것 등이다. 세 번째는 의사가 하지 말라는 것은 꼭 지키라는 주문이다. 공신이 지은 ‘고금의감(古今醫鑑)’에 나오는 얘기다.
 

제주의 감귤산업 주체들이 새겨봄직한 지적이다.

 

신정익 기자  chejugod@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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