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정흥남 논설실장
  • 승인 2015.12.15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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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더 고민했으리라/ ... 모든 사람에게서 좋은 면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함께 나눴으리라/ 분명코 더 감사하고/ 더 많이 행복해 했으리라/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1998년 류시화 시인이 펴낸 잠언시집의 제목인 이 짧은 문장에는 되돌릴 수 없는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담겨있다.

세밑이다.

엊그제 2015년을 맞은 것으로 생각 되는데 벌써 2015년이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연말이면 사람들은 누구나 지난 한해를 돌아보면서 자신의 과거 행동과 결정에 후회를 하고, 나아가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늘 후회하면서 지내는지 모른다. 늘 말로는 ‘지금 이순간이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이라고 다짐하고 되새기지만 이 또한 어느 순간 멀어진 것을 보고는 후회하게 된다.

 

▲2015년 제주사회 또한 여느 해처럼 수많은 사건사고로 점철됐다. 경제난에 갈수록 팍팍해지는 서민들의 삶은 세밑으로 갈수록 고되기만 하다.

계속되는 궂은 날씨와 경기침체로 수요가 줄면서 제주의 생명산업인 감귤산업을 지탱하고 있는 농민들은 어느 때 보다 힘들어 한다. 이는 감귤농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감귤산업 부진은 제주전체의 경제기능을 위축시키고 있다.

제주에 ‘또 다른 기회’로 받아들여진 제주 제2공항 또한 갈등의 격랑 속으로 줄달음치고 있다.

현지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제2공항 예정지 발표 때부터 충분히 예견된 일이지만, 반발의 강도가 거세지고 있다. 지방정부인 제주도는 여전히 주민들의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있다. 현지 민심은 차갑다 못해 빙하처럼 냉랭하게 굳어지고 있다.

지난 9년간 이어져 온 강정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 또한 풀지 못한 많은 과제들을 뒤로한 채 ‘완공’이라는 종착점으로 나아가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반발은 처음과 다름이 없다. 오히려 반대를 외치는 주민들의 결집이 더 공고해 졌다. 분명 사업을 벌이고 있는 해군(정부)과 지역 주민 간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이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 그 조짐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제주사회 전체가 거대 갈등의 소용돌이를 등에 업은 채 버겁게 가고 있다.

누구나 삶이 힘들고 현실의 무게가 무거울 땐 자신이 과거 했던 선택을 자책을 하기 마련이다. 되돌아보면 어느 특정 순간의 선택이 삶의 큰 물줄기를 바꿔 놓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때는 왜 그런 선택밖에 못 했을까 하곤 후회를 곧잘 한다. 결론적으로 지혜로운 선택은 삶의 질과 직결된다. 이는 최대한 실수와 후회를 줄이는 과정의 반복이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의 시를 쓴 여류 작가 킴벌리 커버거(Kimberly Kirberger)는 “다른 사람에게 멋지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자신의 눈에 만족스러운 나를 찾는 데 시간을 쓰는 것이 훨씬 가치 있다”고 말했다.

누구나 자신을 돌아보며 난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있고, 또 앞으로 살 자신이 있을까 하고 반문한다. 항상 나 아닌 다름 사람들을 보면서 저들의 행복을 부러워한다. 또 저들의 좋은 면을 보면서 자신을 질책하고 한탄한다. 뭇사람들은 대게 이런 인생이라는 여정을 이어가고 있을지 모른다.

지금 이 순간 제대로 된 나를 찾기에 앞서 남의 행복이 부러운 나머지 남의 잘못만을 질책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비난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 어디에 내놔도 한 치의 멈칫거림도 있어서는 안 될 정도의 당당함이 있어야 한다. 당당함이란 무엇인가. 달리 말하면 자신감이다. 내 허물은 감추고 상대의 약점만 부각시키는 것은 치졸한 행태다. 그런데 사리사욕만 쫓다 보면 그 치졸함조차 정당화시키려고 하는 게 인간의 속성이다. 분명 그 순간은 모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난 뒤 오늘을 되돌아 볼 땐 뼈저리게 알 게 된다. 그리곤 되씹게 된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정흥남 논설실장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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