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현대극장서 꿈 키우던 소년, '대종상 감독상' 거머쥐다
옛 현대극장서 꿈 키우던 소년, '대종상 감독상' 거머쥐다
  • 변경혜 기자
  • 승인 2016.09.20 18: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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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한재림 영화감독…2005년 '연애의 목적'으로 주목…'우아한 세계'·'관상' 등 연타석 흥행

[제주일보=변경혜 기자] 지금은 빛바랜 건물로 남은 제주시 옛 현대극장(제주극장)에서 동시상영 만화영화를 즐겨보며 막연히 영화감독의 꿈을 키웠다는 한재림 감독(41)을 얼마 전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올 12월 개봉을 앞둬 온전히 편집에 몰두하며 충혈된 눈으로 컴퓨터 모니터를 노려보던 한 감독이 ‘아직 미완성’인 <더 킹>만 빼고 이야기하자며 잠시 여유를 가졌다.

현대사회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대중매체, 2시간여 동안 관객의 마음을 움켜잡고 이성과 감성을 날줄씨줄로 엮어내는 종합예술.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에 대중은 출렁인다. 서른살 <연애의 목적>으로 대중 앞에 나타나 <우아한 세계> <관상>으로 한국의 대표감독 반열에 오른 한재림 감독에게 어떻게 영화감독이 됐는지 우문(愚問)을 던졌다.

“제가 어릴적 제주에선 문화적으로 별로 할 게 없었어요. 관덕정에 있던 현대극장이 집하고 가까워서 만화영화를 많이 봤어요. 그땐 영화보는 게 좋았어요. 고등학교 때 방송반도 했죠. 공부를 잘 하지도 않았고 공부를 딱히 잘 해야 할 이유도 없었던, 그렇다고 잘 놀지도 못했던 좀 이상한 아이였죠. 대학(서울예술대)에 입학하고 본격적으로 영화감독 지망생이 된 거지요.”

한 감독의 이름을 알린 건 <연애의 목적>(2 005년). 영화진흥위원회 공모전을 통해 검증받은 시나리오와 첫 작품이라는 열정이 합해져 서른살 한 감독은 저명한 영화제에서 신인상을 거머쥐는 등 시작부터 주목을 받았다.

그는 “상처를 받아서 사랑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아는 여자와 사랑받는 것에 익숙한 유아적인 남자가 부딪쳤을 때 얘기다. 당시 멜로영화는 굉장히 로맨틱했다. 꼭 다정한 말로 얘기하는 게 멜로인가, (연애의 목적은) 멜로영화에 대한 도전, 안티였다. 거칠게 담아냈던 것도 많았고 결과는 관객들의 경험과 취향, 성격에 따라 정말 다양하게 반응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 번째 영화, <우아한 세계>도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누아르(noir)하면 공식처럼 이해해주지 않는 고독함, 이상향이 있고 팜므파탈, 구렁에 빠뜨리는 악역과 파멸, ‘그걸 빼보자’, 진짜 리얼하게 만들어보자, 그게 <우아한 세계>였거든요. 또 ‘앞으로의 행복을 위해 지금 고통을 참아야 하는가?’는 질문과 함께 저는 ‘지금 행복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으면 했어요.”

900만명을 기록한 <관상>까지 내놓은 작품마다 ‘흥행’했고 비교적 짧은 시간에 주목받는 감독이 된 것에 대한 부담감이 없냐는 질문에 그는 “작품 만드는 게 좋을 뿐”이라고 말을 아꼈다.

장르는 다르지만 전작 3편과 함께 이번 <더 킹>까지 특유의 무게감이 전해진다는 평에 대해선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저한테 충실하게 만들고 있다는 기분이 들게 해주는 말이어서 좋다”고 전한다.

영화감독이란 직업에 대해 묻자 그가 대학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대학때 단편영화를 만들기위해 어렵사리 인천 영종도에서 밤씬(야간촬영)을 찍고 돌아오기로 돼 있었는데, 돈이 없어서 조명기를 하나밖에 확보를 못했어요. 그런데 그 조명기가 터진거죠. 그때 일행들과 옥상에 앉아 처량하게 밤을 보낸 적이 있어요. 암울한 밤하늘, 이번 작업 때 문득 그때가 떠올랐어요. 스텝들이 <더 킹>이 새겨진 옷을 입고 모자를 쓰고 현장에서 함께 일하고, 책상에 앉아 혼자 몽상가처럼 끄적거렸던 것들이 어느새 현실이 되어가는 거잖아요. 이 과정들이 다 기적 같아요. <관상>도 많은 분들이 봐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작업과정은 정말 힘들지만, 그게 맛인 것 같아요.”

한 감독은 제주에 실내영상스튜디오 건립과 한국예술종합학교 분원 등이 추진되고 있다는 이야기에 “무척 반가운 소식”이라고 반기면서도 제주문화 인프라 확충에 대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주의 자연환경은 정말 좋은 조건이죠.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제주로 이주하고 있다고 전해듣고 있어요. 부산은 지역경제가 안 좋았다는 10월을 영화제로 출렁거리게 만들었습니다. 제주도도 그럴 수 있어야 합니다. 대전도 최근 영화산업에 많은 지원들을 하고 있어요. 아직도 밖에서 보기엔 제주가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느낌이 강하죠. 제주와 제주 밖을 연결하는 ‘활동가’ 같은 문화인력풀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제주가 가지고 있는 토대들을 잘 활용할 있는 정책들이 필요한데, 정말 잘 됐으면 합니다.”

그러면서 한 감독은 문화예술분야에서 활동하는 제주출신들의 모임인 제주엔터테인먼트에 대해서도 설명을 덧붙였다. 배우 고두심, 양윤호 감독 등 제주를 아끼는 이들이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한 감독의 네 번째 영화인 <더 킹>은 격동의 시절, 세상의 왕이 되고 싶었던 한 남자가 권력자들과 겪는 생존과 대결의 범죄액션영화로 정우성, 조인성, 김아중, 류준열, 배성우 등이 출연하며 오는 12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한재림 영화감독은…1975년생으로 제주사대부고와 서울예술대학을 졸업했다. 졸업 후 충무로로 진출, 연출부 생활을 거쳐 2003년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공모전을 통해 <연애의 목적>이 우수작으로 뽑힌 후 2005년 영화로 만들어 대종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이후 <우아한 세계> <관상>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활동을 이어가며 흥행성과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전작인 <관상>은 대종상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등 6개 부문을 석권하기도 했다. 영화계에선 높은 완성도와 함께 자기색깔을 구축한 젊은 감독으로 평가한다.

서울=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

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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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성 2016-10-18 10:22:07
현대극장이 1980년도에 상영을 했는지 ?
확인된 기사입니까?
1976년도에는 YMCA회관에서 연극은 보았으나 현대극장에서 영화상영은 끝난것으로
아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