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타운’, 그리고 역발상
‘유령타운’, 그리고 역발상
  • 정흥남 논설실장
  • 승인 2016.09.1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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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발상(逆發想)’

사전적으로만 표현한다면 ‘일반적인 생각과 반대가 되는 생각을 해 냄. 또는 그 생각’으로 곧잘 정의 된다. 이 때문에 역발상은 현실에선 그만큼 위험이 따른다. 성공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엔 용기와 결단이 뒤따른다.

그린벨트였던 제주시 도남동 일대 43만㎡(13만평)를 도시지역화 한 제주시민복지타운. 시민복지타운 북쪽엔 연동에서 삼양을 연결하는 ‘연삼로’가 있다. 1990년대까지 동서광로가 제주시 동서를 연결하는 중심도로 역할을 했다면 2000년대엔 그 바톤이 연삼로로 넘어왔다.

시민복지타운 북쪽 500m 연삼로 주변은 정부합동청사~제주시청사 예정지~제주보건소로 이어진다. 이 일대는 시민복지타운 ‘핵심지역’이다.

그런데 이곳은 약속이나 한 듯 매일 저녁 퇴근시간 무렵부터 불이 하나 둘 꺼지기 시작해 시나브로 암흑 속으로 빠져든다. 늦은 밤 여성들은 맘 놓고 산책하기조차 무섭다.

유령타운이 다른데 있는 게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민복지타운 전체가 활기를 잃고 있다. 부푼 기대에 상가 또는 주거 용지를 구입했던 시민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사기를 당했다는 배신감에 치를 떤다.

 

#10년 방치, 활용책 찾아야

제주지역 공공임대 주택 비율은 4%, 대략 1만300세대 정도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2.5%에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싱가포르는 79%, 홍콩은 64%의 공공임대 주택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 도쿄 역시 8%에 이른다.

그런데 21세기 대명천지 제주에선 아직도 공공 임대주택을 색안경 쓰고 보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시민복지타운은 2007년 2월 사업이 마무리 됐지만, 이곳 4만4707㎡(1만3548평)의 시청사 예정지는 10년간 방치됐다. 숱한 방안들이 제시됐지만, 현실화 된 게 없다.

결국 나온 게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하는 1200세대의 공공 임대아파트 조성이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곳곳에서 ‘공공의 공간’을 무주택 서민들의 공간으로 만들려 한다며 핏발을 세우고 있다.

다분히 정치적이고 감정적 이다. 특히 ‘업자의 탐욕’이 짙게 배어난다. 제주지역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서고 있지만, 실제 도민의 40% 정도는 자신의 집이 없다. 지금 이 순간 도내 공공 임대아파트 마다 후순위 대기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들을 돕고 나아가 제주발전의 성장동력으로 끌어내야 하는 것은 제주사회 모두의 책임이다. 이들은 우리 가운데 한명이다.

이들을 사회의 구석진 곳으로 내몰아서도 더더욱 안 된다.

 

#젊은 층 외면해선 안 돼

인구 고령화 현상은 제주라고 예외가 아니다. 2040년에는 제주지역 인구 10명 가운데 3.4명은 65세 이상 고령자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령인구가 늘면 사회 역동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 빈 공간은 젊은 층이 채워나가야 한다. 해마다 제주에서 서울 등 대도시로 젊은 층이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 대부분 대학 진학과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등지고 있다. 건강한 젊은 층이 줄어든 다는 것은 제주입장에서 보면 크나 큰 불행이다.

제주의 젊은 층은 곧 제주의 미래이고 실제 미래세대다. 이들이 건강해야 제주의 내일이 건강해 지고 젊은 세대가 두터울수록 제주의 힘이 세지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런 젊은 세대에 제주가 등을 돌린다면 이는 제주사회 모두에 대한 배신이다. 내 자녀 일수도 있고 또 우리 이웃의 자녀일수도 있는 이들 소중한 청춘들에 평당 1000만원이 넘는 일반 아파트는 언감생심이다.

밤마다 스산함이 흐르고 도심 한복판을 감싼 검은 적막을 걷어내야 한다. 이는 꼭 시민복지타운을 위해서가 아니다. 인근 지역을 위해서도 그래야 한다. 밤마다 불 밝히고, 24시간 주민들이 숨 쉬는 역동적인 공간으로 만들 필요가 이 때문에 더 절실 할 수 있다

생각의 차이, 그 뒤엔 무궁무진이 있다. 현재에 안주한 채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혹시 있을지 모를 부작용만 확대 재생산 한다면 제주발전은 기약할 수 없다.

그런데 이게 지금 제주의 슬픈 단면이다.

정흥남 논설실장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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