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대할망과 제주의 가치, 동화로 엮다
설문대할망과 제주의 가치, 동화로 엮다
  • 김태형 기자
  • 승인 2016.09.08 1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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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작가가 펴낸 그림책 '큰 할망이 있었어' ...따스한 시선.잔잔한 그림 '눈길'

[제주일보=김태형 기자] “이제 그 누구도 더는 할망을 부르지 않아. 아주 가끔 누군가 먼 옛날 할망이 있었다 전할 뿐...”

이야기 속 할망은 구전 신화로 전해오는 제주 최고의 신이자 제주를 만들었다는 ‘설문대할망’이다. 설화 속 ‘옥황상제 딸’이자 ‘거인’의 형상으로 한라산을 비롯해 제주도를 만든 탐라 창세신화의 주인공이 제주 출신 작가의 그림책 ‘큰 할망이 있었어’(글·그림 김영화, 도서출판 낮은 산 펴냄)로 다시 깨어났다.

이 책은 제주에서 자고 나란 어른들과 어린이들이 함께 얘기하며 읽을 수 있는 철학적인 그림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제 어디시 유래했는지 모르지만 제주를 대표하는 신화 속 인물인 ‘설문대할망’의 이야기를 제주의 탄생에서부터 역사적 상처(예를 들어 4·3사건 등)를 딛고 이겨낸 과거, 그리고 각종 개발에 신음하고 있는 현실에 이르기까지 제주의 역사를 결코 무겁지 않은 동화적 시각으로 오롯이 담아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가의 시선은 따뜻하다. 무엇보다 귀중한 생명의 가치와 흔하게 치부되는 자연 자체가 가져다주는 소중함, 그리고 우리가 기억해야 할 설문대할망 신화의 태생적 의미 등을 포근한 분위기의 그림과 함께 승화시켜 울림을 던진다.

“마음 따뜻하고 눈 맑은 아이들아. ~ 불어오는 바람에도 이 땅 어디에도 할망이 큰 할망이 잠들어 있음을 기억해 두렴.”

여운을 남기는 작가의 메시지는 아이들의 순수한 눈망울에 비친 ‘희망’이다. 아이들이 어른으로 자라도 생명과 자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따뜻한 마음을 계속 간직하면서 ‘설문대할망’을 기억해 ‘미래의 희망’을 만들어 주기를 바라는 소망이 느껴진다.

그림책을 소리 없이 은근하게 빛나게 해주는 요인은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이다. 요즘은 그림책미술관시민모임 제주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이전부터 자연 재료로 각종 작품 활동을 하면서 쌓은 경력들은 섬세하면서도 부드러운 색감들로 짜여진 그림들의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주인공인 설문대할망의 다양한 표정들은 작가의 시선과 메시지를 글을 읽는 이들에게 확실하게 전달해줄 수 있는 ‘백미’라고도 할 수 있다.

김태형 기자  sumbad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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