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와 건강, 그리고 詩
스트레스와 건강, 그리고 詩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08.30 18: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은숙 서울가정법원 상담위원/숙명여대·가천대 외래교수

[제주일보] 고3 딸을 두고 있는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친구는 “뭐 하나 물어보자. 너네 아들들은 괜찮니? 대학 수능일이 바싹 다가 와서 그런지 멀쩡하던 딸이 갑자기 속이 울렁거린다고 해서 그냥 대수롭지 않게 스트레스인가보다, 조금 지나면 괜찮아 질거야 하고 말았는데 학교에 가서도 집중을 못하고 조퇴를 했어. 동네 한의원에 갔더니 입시 스트레스라고 약을 지어주던데 약만 먹고 괜찮을까? 많이 힘들다고 하는데 상담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내가 뭘 해줘도 엄마는 딸의 마음을 모른다고 소리 지르거나 휑하고 나가버려. 도대체 내가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고3 딸만 아니라 나도 스트레스 때문에 힘들다”고 말했다.

고3인 딸도, 부모도 스트레스 받는 것이 당연하다며 따뜻한 격려를 해주고 나는 재수생과 고3인 두 아들과 함께 지내느라 스트레스 조차 느끼지 못할 지경이라고 농담반 진담반의 하소연도 해가며 오랜만에 통화를 한참의 수다로 채웠다.

근래 6살 자녀가 너무 말을 듣지 않는다며 상담실을 찾았던 가족들과의 면담에서 6살 된 아이는 “4살, 2살 된 동생들이 너무 말을 안들어서 스트레스를 받아요. 그래서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요”라는 이야기를 했다.

6살 아이에게도 익숙한 단어 ‘스트레스’.

스트레스라는 말은 1400년대부터 쓰였다고 한다. 이 스트레스가 질병의 원인으로 생각된 것은 20세기에 들어서다.

여러 학자가 내린 스트레스의 정의를 종합해 보면 ‘안정 상태를 위협하는 사건’이 스트레스이며 그 결과 질병이 발생한다. 최근 가정보호 사건에 맞닥뜨려 재판을 받고 난 후 집단 상담에 임하는 내담자들에게 스트레스하면 무엇이 떠오르냐는 질문을 했는데 “역경, 고뇌, 곤란, 압박, 긴장, 강압, 분투, 고민, 열받는다, 미치겠다”는 등의 대답들을 했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면역 체계를 약화 시키고 고혈압이나 정서적으로는 우울증에 빠지게 해 자살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 6살 아이도 접하는 이 스트레스는 살아가는 동안 함께 해야 하는 동반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혹은 목표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가 과도해지지 않도록 다스리는 것이다. 그래서 스트레스는 없애는 것이 아니라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스트레스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일련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스트레스 관리이다.

그렇다면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방법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가장 먼저 꼽는 방법으로는 보호와 위로를 해주는 모성적인 사람에게 의지하라는 것이다.

둘째는 문제를 넘기고 좌절과 불안을 견디는 방법들을 써보라고 한다. 그 방법으로는 ‘울어라. 웃어라. 맹세해라’가 있다. 즉 강렬한 감정들을 어떻게든 표현해 보라는 뜻이다.

셋째는 여러 사람들과 기탄없이 대화하고 내적 반성을 하고 자신을 합리화 하는 등의 심사숙고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넷째는 목적 없는 활동으로부터 긴장을 해소해 본다. 운동, 취미 활동 등이 바로 그것이다.

다섯째로 종교 활동에 참여하기를 꼽는다. 그 외에도 각자 사용하는 스트레스 대처 방법은 다양할 것이다.

필자가 가장 먼저, 그리고 오래 쓰는 스트레스 대처 방법은 “스트레스 너 지금 오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오는 스트레스를 반기는 것이다. 그리고 “오느라 힘들었지. 한동안 함께 지내자!” 라고 스트레스에게 인사하고 방을 내어준다. 복닥복닥 함께 지낸다. 그리고 땀을 흠뻑 내는 운동을 한다. 하기 싫어도 일단 운동장으로 간다. 돌아올 때의 그 신선함을 알기에.

그 신선함마저도 힘을 잃을 땐 그냥 잔다. 그리고 소리 내어 읽는 시가 있다.

‘마음 속의 풀리지 않는 모든 문제들에 대해 인내를 가지라. 문제 그 자체를 사랑하라. 지금 당장 해답을 얻으려 하지 말라. 그건 당장 주어질 순 없으니까. 중요한 건 모든 것을 살아보는 일이다. 지금 그 문제들을 살라. 그러면 언젠가 먼 미래에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삶이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 줄테니까’.

라이너마리아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