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의 나를 만나다
60년대의 나를 만나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08.3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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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신 수필가

[제주일보] 1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생과일 망고쥬스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곳에서 휴가를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올 여름 행운이었다. 연일 계속되는 불볕더위 속에서 연수를 받고나니 진이 빠져 머리는 무겁고 몸은 쉼을 요구했다. 우리나라 보다 더 더운 곳을 택했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고 더위쯤은 여행의 즐거움으로 이겨내기로 했다.

공식명칭은 ‘라오인민민주주의공화국’, 보통은 ‘라오스’라고 불린다. 인도차이나반도에 위치해 있어서 베트남, 태국, 중국과 접경을 이루고 있는 나라다. 면적은 약 23만㎢로 한반도보다 조금 더 되고, 인구는 약 700만 명이다. 우리나라에 비하면 경제적으로 못사는 나라다. 하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지수는 상대적으로 높은 나라다.

수도 비엔티엔에서 다시 세 시간을 버스로 이동하여 자연이 아름답다는 작은 도시 방비엥에 짐을 풀었다. 방비엥은 아득한 과거가 되어버린 가난했던 우리의 1960년대를 보여 주었다. 맑은 눈의 코흘리개 아이는 나의 어린 시절의 모습이었고, 여자들 또한 그 시절 어머니들의 모습이었다. 집을 짓는 곳을 봤더니 가늘고 긴 나무를 지지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새벽시장에 나온 영양실조 걸린 듯 한 야채들, 살아있는 개구리, 자리돔보다 더 작은 민물고기들이 풍요 속에 익숙해진 내 마음을 흔들었다. 우리에게도 저런 과거가 있었지. 부유함 속에서도 상대적 빈곤감에 허덕이는 오늘날과, 풍족하지 않았으나 나름 희망을 품고 행복했던 어린 시절이 조우하는 순간이다. 60년대는 모두가 가난했으나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더 잘살게 된 지금은 삼포시대를 넘어 오포시대, 칠포시대라는 말이 나오니 아이러니하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라오스 청년들의 모습에서 라오스의 희망과 행복을 엿볼 수 있었다. 방비엥은 도로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에 택시대신 소형 트럭이 운행한다.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트럭에 적응하느라 긴장한 손님들을 위해 도우미로 동승한 한 청년이 한국의 가요 ‘남행열차’를 신나게 부른다. 일행들은 박수를 치며 한 곡 더 부르라고 했더니 청년이 ‘가위 바위 보’게임으로 진 사람이 노래를 부르자고 제안했다.

우리 일행들은 가위 바위 보를 했지만, 져도 노래를 노래를 부르도록 반 강요로 부추겼다. 규칙을 제멋대로 바꾸는 것을 탓할 만도 한데 청년은 싱글벙글하며 노래를 몇 곡 더 불렀다. 한국노래를 열심히 배운 그 청년이 대단하다고 여겨졌다. 짚라인을 타거나 카약킹을 할 때도 즐거운 표정으로 일부러 재미와 스릴을 만들어 주었다. 관대함을 뛰어넘어 일을 즐기기까지 하는 그들에게서 희망이 보이고 행복이 보였다.

빗물로 막힌 도로 때문 차에서 내려 걸어가고, 짚라인에 몸을 맡겨 환호를 지르고, 카약킹으로 메콩강물과 하나가 되어 흐르던, 그 순간들은 타임머신이 나를 60년대로 대려가 다시 살게해 준 황홀한 시간이었다. 라오스야 고맙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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