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그리고 ‘사회적 합의’
제2공항, 그리고 ‘사회적 합의’
  • 정흥남 논설실장
  • 승인 2016.08.04 18:4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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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정흥남기자] “지난 8개월 동안 고향을 지키기 위해 피 말리는 싸움을 하고 있다. 절차적 정당성도 무시하고, 계속 강행을 하고 있다. 누구를 위한 제2공항이냐. 대한민국 존엄의 가치를 우습게 여긴 이번 용역 연구팀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통해 일벌백계로 다스릴 수 있도록 있도록 국정감사를 요청한다”

“현 제주공항이 2018년쯤 활주로 혼잡이 가중될 것으로 예측돼 공항인프라 확충방안에 대한 사전타당성용역이 시행돼 추진돼 왔으며 그 결과 장래 제주지역 항공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최적대안으로 성산읍 일원에 제2공항을 건설하는 방안을 제시돼 이를 채택하게 된 것이다.”

하나의 사실을 보는 제주의 두 모습이다. 앞은 성산 주민이고 뒤는 국토교통부 관계자다. 두 입장이 극명하게 갈린다.

위성곤 국회의원(더불어 민주당)이 최근 주최한 ‘제2공항 문제 해법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나온 발언의 일부다.

이번 토론회를 접하면서 ‘납득할만 한 결론’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 사람도 없었지만, 결론 역시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토론회에서 갈등 해소를 위한 협의기구 운영방안이 제기됐다.

협의기구에는 기본적으로 국토부와 제주도, 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 제주 시민사회단체 대표, 제주 산업계 대표 등이 참여한다. 필요할 경우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에서 주관을 요청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그러나 주민들이 격하게 반발하면서 이 또한 실현 여부가 불투명 하다.

 

#‘절차적 정의’ 훼손 논란 이어져

“제2공항 건설로 부담과 불편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지역이 생길 것이다. 제주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아픔과 희생을 겪어야만 하는 데 대해 특별한 배려와 보상이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도민들께서 함께 나누고 도와주셔야 한다.”

지난해 11월 제주 제2공항 예정지로 성산지역이 결정되자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구성지 당시 제주도의회 의장이 공동으로 발표한 담화문의 일부다.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제주 제2공항은 출발부터 매끄럽지 못했다. 입지선정 과정에서 ‘절차적 정의’ 훼손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지역사회 전반적으로는 필요하지만 해당 지역에는 직·간접적 피해가 불가피한 사업을 추진할 때 늘 이 문제가 제기된다.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절차가 있어야 하고 특히 공항처럼 지역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업은 입지선정 등 추진과정에 정책결정자뿐만 아니라 지역주민 등 공공의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제2공항 입지선정 과정에 이게 빠졌다. 그렇다고 현 시점에서 제2공항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 하기는 쉽지 않다.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자체는 곧 제2공항 사업 백지화와 직결된다. 제주 땅을 다른 곳으로 옮긴다는 것은 말 그대로 실현 불가능한 얘기다.

 

#합리성 보다 진영논리가 앞서

제2공항 건설에 따른 갈등 해소를 위해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 말은 외형은 그럴싸해도 한 걸음 들어가 보면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위성곤 의원 또한 이를 의식한 듯 “지역에 원하지 않는 시설이 들어오는 것에 대한 주민들의 저항권도 일정부분 인정을 해야 하고 정부는 제기된 문제들을 상세히 밝혀야 갈등과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역시 ‘납득할 만한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했다.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해선 눈에 보이는 엉킨 실만 잡아당겨선 안 된다. 실타래 양쪽 끝에서 차근차근 헤집어 꼬인 부분 전체를 동시에 펴 나가야 한다. 한쪽은 마음의 문을 닫은 채 상대에 대해서만 문을 열라고 다그치면 해결책이 나올 수 없다.

‘사회적 합의’는 표현 그대로 사회 구성원들이 납득할 만 한 수준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으로 이를 위한 대전제는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다.

상대를 자신처럼 존중해야 한다. 그런데 불행한 것은 우리사회엔 아직도 합리성 보다 감정이 먼저다. 미래로 나가야 할 제주사회가 갈수록 기세등등해지는 진영논리에 발목 잡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제주의 슬픈 현실이다.

정흥남 논설실장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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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히는 2016-08-05 22:09:44
불필요한 자들이다 !.......?
담배를 입에문자들은 불필요한자들..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