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부모는 영원한 부모
한 번 부모는 영원한 부모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08.0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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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숙 서울가정법원 상담위원/숙명여대.가천대 외래교수

[제주일보] 결혼 초기에 부부 간의 갈등, 혹은 상대방의 가족들이 자신에게 준 아픔이 상처가 돼 도저히 더 이상은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가 없겠다는 생각으로 이혼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자녀들의 연령이 어린 경우가 있다.

자녀들이 어린데 이혼을 결심하는 부모도 억만번의 고민 끝에 내린 참으로 힘든 결정이다. 그런 깊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 ‘이혼만 하면 괜찮아질 거야’라고 생각하게 된다. 아니 어쩌면 ‘이혼 이후의 생각은 아직 내게는 무리야. 일단 이혼부터 하자’는 생각을 더 많이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혼을 해도 주변의 모든 문제가 알아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혼을 증명하는 서류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도 않는다.

상담을 하면서 이혼 후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가 말하는 고민은 다음과 같다.

첫째, 비양육 부모가 아이와의 면접교섭 시간을 잘 지키지 않는다. 본인 마음대로 갑자기 긴 시간을 요구하거나 만나고 헤어지는 시간을 어기는 경우가 태반이다. 둘째, 자녀가 상대방을 만나고 오면 무엇을 했는지 말하는데 눈치를 많이 본다. 셋째, 면접교섭을 허용하다 보면 상대방이 점점 아이를 보고 싶어 하고 아이 역시 상대방과 더 가까워지는 듯 해 결국 자녀가 상대방에게로 가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긴다. 넷째, 약속했던 양육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다. 다섯째, 온종일 자녀와 시간을 보내며 겨우 짜놓은 자녀의 교육, 생활 등에 상대방은 짧은 시간 재미있게 보내면서 일일이 간섭해 결국 본인은 책임지지도 않으면서 그 여파까지 자신이 책임지게 한다. 여섯째, 자녀를 만나면서 상대방의 이성 친구를 동행한다. 자녀가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고려도 하지 않는다.

반면 비양육 부모는 다음과 같은 어려움을 호소한다.

첫째, 양육 부모 혼자서 자녀를 양육하느라 그런지 자녀의 훈육이 너무 엄격하거나 버릇을 다 받아주어 방임하는 등의 일방적인 훈육이 되는 듯하다. 둘째, 면접교섭일마다 온갖 일을 갖다 대며 어떻게든 자신과 자녀와의 만남을 못하도록 한다. 하물며 겨우 만난 시간에 대해서도 자녀에게 꼬치꼬치 물어 자녀가 자신을 만나는 시간을 몹시 불편하게 한다. 셋째, 상대방이 자녀에게 자신과 자신 쪽 부모님들에 대해 궂은 말을 많이 해 자녀가 자신과 만나거나 집으로 왔을 때 몹시 긴장하며 마음을 안 주려는 태도를 보인다.

그렇다면 아이 입장에서는 어떤 어려움을 가질까?

첫째, 양육 부모를 두고 비양육 부모를 만나면 왠지 양육 부모에게 잘못하는 행동을 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 둘째, 양쪽 부모에게서 ‘이것은 그 사람에게는 비밀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 마음이 절로 불안해 진다. 셋째, 다른 친구들은 면접교섭을 안하는데 나만 하는 것 같다. 넷째, 왜 나는 엄마, 아빠 사이를 오가야 하는지 모르겠다. 다섯째, 엄마하고 있을 땐 아빠가 보고 싶고 아빠와 있을 땐 엄마가 보고 싶다. 그런데 나를 두고 두 사람이 줄다리기를 할 땐 슬프다. 여섯째, 나도 엄마·아빠와 같이 놀러가고 싶다.

본인의 불편감이 더 이상은 결혼생활을 유지 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서서 이혼을 선택하는 것에 대한 마음은 존중한다. 그렇다면 자녀 입장에서 자녀의 이익에 대해서도 꼭 그 마음만큼 고려해야 한다. 그 고려 안에는 다음의 사안들을 피하는 것이 필수이다. 비난(너 때문이야), 무시(말도 안되는 소리 하고 있네), 판단(너는 정말 이기적이야), 단절(너는 너의 변호사와 이야기 해. 나는 나의 변호사와 이야기 할게), 위협(법대로 해), 비관(나는 한 평생 고립되어 살거야).

그리고 그 고려 안의 으뜸 지킴으로는 상대방과 나는 자녀 양육에 있어서는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하기’이다. 어렵다. 그러나 그 어려움 속으로 용기 있게 들어가 부모 역할을 수행하려는 ‘다짐과 준비 그리고 실행’이 바로 우리 아이들의 건강하게 자라는데 필수 요소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법원부모교육공동연구회에서 발행한 부모교육 지침서를 인용한 구절이 있음을 밝힙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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