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관리 협업체계 강화…주민·이용객 의식 개선 절실
안전관리 협업체계 강화…주민·이용객 의식 개선 절실
  • 이민영 기자
  • 승인 2016.07.31 2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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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제주의 여름, 해수욕장을 가다
밀려드는 민원에 안전상황실 ‘골머리’…사고 대응 공백 ‘우려’
파라솔 사용료, 해수욕장별 제각각…피서객 가장 큰 불만
텐트설치 금지구역을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텐트를 설치한 얌체 야영객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제주일보=이민영 기자] 지난 29일 뙤약볕이 내리 쬐는 제주시 이호테우해변. 이용객들의 안전을 담당하는 상황실에는 평소보다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폭염과 여름 성수기 등으로 많은 피서객들로 북적이던 해변에서 축제까지 개최,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면서 각종 안전사고 예방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밀려드는 민원에 안전관리 협업체계 불안

하지만 정작 상황실은 밀려드는 민원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흡연자 차단에서부터 애완동물을 데려온 이용객 통제, 미아 및 분실물 찾기 등 하루 평균 수십 건에 이르는 갖가지 민원 처리까지 상황실에서 떠맡으면서 자칫 안전관리에 구멍이 생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표정들이 역력했다.

곽지와 삼양, 함덕 등 다른 해변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소방서와 해경, 경찰, 지자체, 민간 안전관리요원 등으로 짜여진 해수욕장 상황실은 해변 규모별로 20~30명 안팎으로 구성됐지만 민원까지 도맡으면서 집중적인 안전관리에 소홀해질 우려를 낳고 있었다.

여기에 해경은 유영구역 밖의 구조·구난 업무를 맡아 위급상황 발생 시 자체 보고하는 업무 분담에 그치는 등 기관 간 협업 체계도 미흡, 해수욕장 안전관리를 불안하게 하는 잠재요인으로 지적되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안전요원은 “해수욕장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기관 간 협업체계가 미흡해 업무 흐름이 끊기는 것을 물론 업무가 중복돼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며 “지자체와 소방, 해경 등의 업무 분담이 체계적이지 않아 민원 처리 등의 업무마저 안전요원들이 떠맡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제각각 파라솔 이용료…불만 목소리 커

현장에서 만난 해수욕장 이용객의 가장 큰 불만으로는 ‘파라솔 사용료’가 손꼽혔다. 조례로 정해진 샤워장과 탈의장 이용료와 달리 파라솔 사용료가 해수욕장별로 제각각인 데다 요금도 비싸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실제 곽지와 삼양의 파라솔 사용료는 2만원인 반면 이호와 함덕은 1만5000원으로 차이를 보였으며 일부는 개인 파라솔 사용을 금지하면서 이용객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곽지에서 만난 관광객 김모씨(36·부산)는 “곽지과물해변이 올해 전국 청정 해수욕장 20선에 선정됐다는 기대에 찾아왔지만 생각보다 비싼 파라솔 가격에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해수욕장 이용객 강모씨(44·제주시 이도2동)는 “1~2시간 머물다 갈 예정이라 파라솔을 빌리지 않고 한쪽에 큰 우산을 세워뒀는데 청년회에서 개인 파라솔 이용은 할 수 없다고 했다”며 “이 문제로 말다툼을 하다 결국 피서를 즐기지도 못하고 그대로 해변을 나왔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여기에 일부 해변에서는 이용객들이 걸어 다니는 백사장 일대를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사륜바이크가 적지 않아 이용객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었다. 강모 할머니(77·서울)는 “손자와 함께 놀러왔는데 사륜바이크가 모래사장을 질주하는 모습을 보고 기겁했다”며 “사고가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해변 인근에 야영하는 시설과 관련해서는 일부 얌체 야영객들이 ‘야영금지 구역’이라는 현수막 옆에 텐트를 친 사례도 목격돼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해변 일대마다 차량들로 ‘몸살’

넘쳐나는 주차 차량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 주차난은 모든 해변마다 심각했다.

해수욕장별로 하루 5000명에서 1만5000명까지 찾아오는 성수기철을 대비한 주차 및 차량 통제 계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해변 질서를 어지럽히는 주범으로 부각되고 있었다.

특히 일일 방문객이 많게는 1만명을 상회하는 이호·함덕만 해도 주차장 포화상태로 인한 도로변 불법주차 등으로 이용객들의 이동 안전에도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었다.

실제 30일 찾아간 함덕서우봉해변 인근 도로는 주차장과 다름 없었다. 왕복 2차선 도로 양쪽으로 불법 주차된 차량들로 가득했고, 달리는 차량들 옆으로 해수욕장 이용객들이 아찔하게 도로를 거닐고 있었다.

무엇보다 샤워장 및 탈의장 등의 편의시설이 도로 건너편에 위치해 있어 이용객들이 불가피하게 도로를 건너야 한다는 점에서 보행 편의를 고려한 대책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관광객 박모씨(41·서울)는 “샤워장 이용시 도로를 건너야 하는데 차량들로 혼잡한 상황에서 사고날까봐 불안하다”며 “아이들은 뛰어다니기도 하면서 큰 사고가 날 수도 있어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해변 일대에 넘쳐났던 쓰레기 처리 문제는 상당 부분 개선돼 있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아직도 쓰레기 무단 투기 등 비양심 행태가 목격되기도 했다.

함덕에서 만난 송모씨(25)는 “조금만 더 걸어가면 클린하우스가 있는데 왜 무단 투기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기분좋게 놀고 나왔는데 아무데나 버려져 있는 쓰레기를 보는 순간 눈살이 찌푸려졌다”고 말했다.

▲기관 협력체계, 이용객 의식 전환이 중요

이처럼 도내 해수욕장을 찾는 관광객과 도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관리와 함께 보다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들이 요구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안전관리에 매진할 수 있는 유관기관 간 협력 시스템 강화 등 관계당국과 지자체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공적자원인 해수욕장을 함께 지키면서 누리기 위한 지역 주민과 시민들의 의식 전환도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해수욕장 관리를 맡고 있는 제주시 관계자는 “이용객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쾌적한 해수욕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리 대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민영 기자  emy@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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