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에 뿌리 내린 제주사람들의 나눔 봉사
소록도에 뿌리 내린 제주사람들의 나눔 봉사
  • 신정익 기자
  • 승인 2016.07.24 1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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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다미안회 회원 등 도민 215명 3박4일 대규모 봉사활동 전개
천주교 제주교구 성다미안회 봉사단 가운데 이·미용팀은 소록도 주민들에게 가장 반가운 손님이다.

[제주일보=신정익 기자] “봉사활동이라기보다는 저 자신이 치유 받는 놀라운 경험을 하는 기회가 됐습니다. 참 선한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아름다운 나눔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입니다.”

31년째 한결같이 소록도를 찾아 환센병 환자들 속에서 묵묵히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제주도민들이 올해도 4박5일의 일정으로 소록도를 찾았다.

천주교 제주교구 성 다미안회(회장 강승표‧지도신부 현경훈)는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전남 고흥군 소록도를 방문해 평생을 한센병의 굴레 속에서 지내는 마을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나눔 봉사활동을 벌였다.

올해 소록도를 찾은 봉사단 인원은 중학생에서부터 칠순 노인까지 215명에 이른다. 소록도에서 봉사활동을 벌이는 단일팀으로는 성다미안회가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다미안회 회원들이 주축이 되지만 농협 애덕봉사회와 일반 시민 등도 상당수 참가했다. 봉사활동이 주는 진한 감동이 알려지면서 소록도 나눔활동에 동참하려는 시민들이 크게 늘어 인원을 조정하는 데도 애를 먹는다.

이들은 마을팀과 이‧미용팀, 예초팀, 시계팀 등 11개 팀으로 나눠 맡은 역할을 척척 수행했다.

마을팀은 비교적 증상이 가벼워 병원 밖에서 생활하는 환자들이 지내는 7개 마을에서 활동했다. 중앙리와 동생리, 남생리 등의 마을에는 419명의 주민들이 요양병동과 병사에서 생활한다.

마을팀 인원들은 이 곳에서 집안 청소와 말벗 등을 해주면서 이들의 지내온 고통의 세월에 대해 공감하는 기회를 가졌다. 혼자사는 주민들 가운데는 눈이 어두워 집안 곳곳이 엉망인 경우도 있다. 이들에게 마을팀 봉사단원들은 가족이나 다름없다.

매년 찾아오는 ‘제주사람’이 고마운 주민들은 자신들이 직접 텃밭에서 키운 방울토마토를 한 움큼 따서 건네기도 한다.

남생리를 맡은 강순녕씨는 “매해 올 때마다 새로운 경험과 감동을 선물로 받는다. 아픔의 세월을 긍정의 시각으로 살아온 주민들에게 배우는 것이 정말 많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미용팀은 소록도 주민들에게 가장 반가운 손님이다. 모처럼 머리 염색도 하고 파마를 해 멋을 낼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제주에서 이‧미용팀이 왔다는 소문이 나자 바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시계팀의 인기도 여느팀 못지 않다. 시계를 고치러 오지만, 실은 제주사람들과 오랜만에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싶어서이다.

예초팀은 말 그대로 ‘노가다’를 자처한 사람들이다. 삼복 불더위에 예초기를 들고 마을 곳곳을 깔끔하게 단장했다. 예초팀으로는 처음 함께 한 한주원씨는 “찌는 더위에 땀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고생은 했지만, 일을 끝내고 나니 내 마음이 산뜻해진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나눔활동을 마치고 제주로 돌아오는 24일 아침 소록도성당에는 제주사람들과의 짧은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소록도사람들이 발길이 이어졌다. 내년에도 꼭 만나자는 인사와 따뜻한 포옹을 하면서 눈가에는 촉촉한 이슬이 맺혔다. 이날을 위해 준비해 둔 미역 등 선물을 건네는 주민들도 적지 않았다.

수녀원팀으로 참가한 변부건군(오현고 1)은 “여러 차례 소록도를 찾을 때 마다 느끼는 것은 감사와 고마움”이라며 “항상 이웃들을 돌아볼 수 있는 마음을 다잡고 가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성다미안회 강승표 회장은 “봉사팀들이 서로 칭찬을 나누고 격려하며 3박4일 소록도에서 보낸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으로 남을 것”이라며 “소록도 나눔활동을 통해 봉사는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가 치유받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느낀 시간들이 됐다”고 말했다.

성다미안회는 1980년 6월 창립해 현재 회원 51명과 명예회원 1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1984년 소록도 나눔활동을 시작해 올해까지 31차례에 걸쳐 연인원 4071명이 참가했다.

신정익 기자  chejugod@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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