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공부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07.19 19: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은숙 서울가정법원 상담위원/ 숙명여대.가천대 외래교수

필자가 상담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곳은 가정법원, 지방법원, 지원, 양육비 이행관리원이다. 상담위원으로 위촉된 분들이 각기 상담에 임하는 장면들은 다양하다.

만나는 내담자의 연령대(영유아, 아동, 청소년, 성인)에 초점을 둔 구분이 있고 구성원이 개별이냐 부부냐 가족이냐의 구분, 개인으로 만나느냐 집단으로 만나느냐의 구분이 있다. 그리고 만나는 내담자의 특징-가정폭력을 경험하고 있는지, 중독의 상황인지 등-에 특히 전문성을 발휘하는 분들도 있다.

이렇듯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 법원 상담위원이라는 또 하나의 전문성을 발휘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그래서 각 법원에서는 상담가의 역량 강화를 위해 월례회의, 사례회의, 간담회 등의 시간을 갖는다.

최근 필자는 ‘가정폭력 사건에서의 상담의 실제’라는 주제를 가지고 진행하는 월례회의에 참석했다. 강연자는 오랜 시간 현장에서 가정폭력 행위자·피해자·피해 자녀들의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분이었다. 필자 역시 근래 가정보호 재판에 의뢰되는 가족들의 상담도 진행하고 있는 터였다. 감사하게도 저절로 집중됐다.

어느 새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강의를 하고 상담을 하는 등 주로 주도하는 역할을 하는 나에게 모처럼 다른 사람의 강의를 듣게 되는 시간은 참으로 휴식이 되고 재충전의 시간이 된다.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듣고 각자의 경험을 나누고 어떻게 하면 좀 더 효율적인 상담과 강의를 하게 될까를 고민하다 보면 언제나 봉착하게 되는 곳이 있다. ‘자신의 내면’이 그곳이다. 결국 상담자 안의 문제들을 다시 돌아보며 상담자 역시 탁월한 존재가 아닌 여느 존재와도 같으며 내 앞에 와 있는 내담자를 귀한 손님으로 맞아야 한다는 인식을 다지고 다지는 시간…이 시간은 참으로 융숭하다.

가정폭력은 장기적이고 반복적이며 폭력의 유형들은 다양하다는 것, 또한 폭력은 세대 전이가 돼 가정폭력의 가해자 90% 이상이 성장과정에서 폭력을 경험했다는 강연자의 이야기를 들을 즈음에는 먹먹함이 올라왔다.

특히 강연자가 자신의 내면에 ‘가정폭력자는 범죄자’라는 편견이 있음을 발견하고 내담자에 대한 존중의 마음을 끌어올리는게 너무 어려워 초기에는 상담을 하는 회기마다 자신의 스승을 찾아가 내면을 비춰보는 시간-슈퍼비전-을 매회 가졌다고 할 때 뭉클한 마음이 올라왔다. 아마 필자 역시 그런 경험이 많기에 그 마음을 느꼈을 게다. 사실 내 앞에 와 있는 내담자를 ‘존중의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은 상담가가 기본으로 갖춰야 하는 요소다. 하지만 인간에 대한 무조건 적인 존중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폭력을 행한 행위자를 보면서 마치 그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그런 행위를 한 사람마냥 느껴져 존중은 커녕 부담스러워지고 피하고 싶어질 때도 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어렸을 때 원가족에게서 폭력을 전수받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 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 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 폭력 행동을 중단하고 폭력의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 바로 행위자 상담의 목적인 것이다.

강연 막바지에 가진 질의 응답 시간에 “요즘 여성 판사들도 많고 조사관이나 상담위원 중에도 여성이 많아졌다. 행위자가 여성에게 판결과 상담을 받게 된 것에 대한 높은 저항을 보이며 불만을 강하게 호소할 때는 어떻게 하느냐”라는 질문이 있었다.

강연자는 “사실 많은 시간 슈퍼비전을 받으면서 그들도 나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마음이 평범하고 단단하게 자리를 잡아 그 마음으로 대하기 때문인지 그런 저항을 보이는 분들은 없다”고 대답했다.

그렇다. 그 지점, ‘인간에 대한 존중’을 결코 놓쳐서는 안된다. 그럼에도 산처럼 높은 저항 앞에 서게 될 때, 그 때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오직 하나 자비심을 일궈 내는 것.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