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물회여, 안녕
자리물회여, 안녕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07.19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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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훈식 제주도문인협회 회장

[제주일보] 금년 여름은 아무래도 우울하게 보내야 할 것 같다. 수온 상승으로 인한 조류 때문에 자리돔 작황이 나쁜 여파로 자리물회가 작년까지만 해도 한 사발에 9000원하던 가격이 금년에는 1만 3000원까지 올랐으니 금년 여름 보양식으로 건강을 지키려고 했던 나는 자리물회 대신 콩국수로 대신하기로 하고 자리물회와 뜨거운 안녕을 고한다.전에는 단돈 몇 백 원이라도 가격을 올리려고 하면 보건소 식품 위생 과에서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지금은 무한 경쟁시대라서 메뉴 표를 고치면 되는 모양이다.

자리물회와 쌍벽을 이루었던 한치물회가 능청 없겠다. ‘제주도 할망 정신’도 어이가 없을 것이다. ‘남들이 오직 이익만을 노려서 자리물회가 1만 1000원이여, 1만 2000원이여 해도 우리 식당은 어디까지나 만원이다.’하는 자존심 말이다. 비록 친절까지는 팔지 않더라도 이웃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주거나 속이지는 않겠다는 제주도 인심의 자존심 말이다.

그동안 자리물회를 잘 팔아서 땅도 사고 빌딩도 지었고, 관광객에게 제주도전통음식으로 제주식문화에 기여한 공로가 있다고 산업훈장도 받았으니 이제 값을 올려도 무리가 없다는 여유로 배짱을 부리는 것이니 가난한 나는 콩국수가 제격이다. 일본에서는 자리를 참새돔이라고 부를 만큼 서민과 친한 물고기이다. 작아도 돔이라고 자리는 내 유년의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포구에서 헤엄을 치다가 자리 테우가 바닷가로부터 들어온다. 이미 썰물이 되었으니 물 바닥이 몹시 낮아서 조무래기들도 자리테우에 매달려서 힘을 보태야 포구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면 보제기 삼촌은 솔박(소나무로 만든 바가지)에 자리를 가득 담아서 우리가 놀고 있는 자갈밭으로 던져준다. 옷을 더듬어서 연필 깎는 칼로 비늘을 거슬리고 산 채로 씹어 먹었던 그 자리회 맛, 지금도 잊지 못한다.

초등학교 상급생 즈음에는 자리 테우를 따라 자리 뜨러 따라갔다. 나무로 만든 큰 수경을 수면에 붙여 물속을 보면서 자리그물을 내리고 뜨는 그런 방식이었다. 지금은 자리 잡이 배도 발달하여 톤수도 크고, 마력도 높아서 작은 배가 두 척이나 더 포진하여 그물을 펼치고는 어군탐지기로 수중을 탐지하면서 자리를 그물로 뜨는 방식이다.

세상은 변하게 마련인가, 우동 한 그릇이 헐값이었을 때, 고기국수가 개발되어 조금씩 가격이 오르더니 감히 갈비탕 근처에도 얼씬 못하던 고기국수가 갈비탕 가격을 능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직도 자리물회를 7000원에 파는 곳도 많이 있고, 변함없이 1만원에 파는 유명 식당도 많이 있다. 그러므로 자리물회가 1만 3000원 한다고 섭섭해 할 게 아니라 소문을 찾아서 단골식당을 바꾸면 되는 것이다.

비싸도 손님이 많은 자리물회는 그만큼 맛이나 양이나 질이 다를 것이다. 그러므로 가격이 비싸다고 걸러지는 손님은 식당 앞에서 줄을 서게 하는 번거로움이 없애주므로 자리재료가 남지 않는 한, 비싸도 적당한 내객이 안성맞춤인 것이다. 여행을 가보라. 숙박할 때, 호텔이나 모텔에서 자게 되는데 이불을 가져가는 것도 아니고, 단지 하룻밤 자는 것뿐인데도 가격차가 아주 크다. 그러므로 자신이 정할 일이다. 그러니까 자리물회를 비싸게 받는 것고 자유이고, 나처럼 안녕을 고하거나, 자리물회는 비싼 곳에서 먹어야 제 맛이라는 것도 오직 선택일 따름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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