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의 잘못을 주민들에 전가해선 안돼
해군의 잘못을 주민들에 전가해선 안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07.14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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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이 제주해군기지건설 공사가 늦어졌다는 이유로 서귀포시 강정마을주민 등에게 구상금을 청구한 것은 해군측의 잘못을 마을주민들에게 떠넘긴 것으로 처음부터 구상금 청구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즉, 해군기지건설 공사가 당초 공기(工期)보다 늦어진 것은 강정마을주민 등의 반대와 시위 때문에 벌어진 것만은 아니고 해군측의 행정절차 미이행과 잘못된 정책판단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해군은 강정마을의 갈등을 해소하기 보다 ‘구상금 청구’라는 카드를 들이대어 주민들의 군기를 잡기 위한 의도가 다분히 깔려 있었던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따라서 해군은 겉으로는 주민들에게 화해와 상생을 얘기하면서도 뒤로는 구상금 청구로 주민들을 겁박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제주출신 국회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당.서귀포시)에 따르면 해군은 사전재해영향평가와 환경영향평가협의 등과 관련해 가(假)배수로 및 임시 침사지 설치, 오탁(汚濁) 방지막 설치 등의 규정을 위반하고 제주도의 공유수면매립공사에 따른 면허부관 이행지시를 수행하면서 최소 135일의 공사기간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대한상사중재원에서도 해군의 공유수면매립허가신청이 늦어지고 민원해결을 위한 등부표 허가승인 등이 지연되면서 준설공정이 2011년 5월14일에야 이뤄졌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해군은 그해 1월부터 공사가 늦어졌다면서 강정주민들에게 구상금을 청구한 것이 드러났는데 대한상사중재원의 판정문에서도 정부가 공사지연금으로 삼성물산 등에 지급한 추가비용도 2011년 1월부터 근거로 하고 있어서 물리적으로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한 가거치된 케이슨 6개가 태풍에 의해 파손, 공기가 77일이나 지연돼 91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도 당초 설계에 없던 가거치를 해군측이 요청해서 벌어진 손해라는 주장이다.

이같은 사실로 미뤄보더라도 해군은 어떤 의도가 깔려 있지 않는한 그동안 정치권은 물론이지만 제주사회 각계각층에서 요구하고 있는 구상권 철회를 수용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위성곤 의원이 황교안 국무총리를 대상으로 벌인 대정부 질의에서도 읽을 수 있듯이 구상권 청구는 해군기지건설을 방해한 책임자들의 불법행위에 대해 제한적으로 청구된 것으로 알고 있다는 답변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해군기지 공사지연이 전적으로 마을주민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게 위성곤 의원의 주장대로 확실하다면 해군은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르고 주민들에 대한 구상금 청구를 철회해서 주민들의 고통을 씻어줘야 한다. 주민들이 국가정책사업을 반대한다고 해서 모든 국책사업에 주민들의 목소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발상은 민주주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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