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서울, 그리고 제주
공존...서울, 그리고 제주
  • 김태형 기자
  • 승인 2016.07.13 20: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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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은 서울

하늘에서 내려다본 서울은 삭막했다. 줄지어 우뚝 솟은 채 위용을 뽐내는 고층 빌딩들과 늘어선 아파트만 즐비해 있을 뿐 푸르른 자연의 녹색 빛깔은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김포공항에 다다라서야 드문드문 나무들이 반갑게 인사했으나 전체 분위기를 휘감는 회색빛 콘크리트 도시는 어딘가 여유를 잃어버린 삶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그나마 서울의 중심부에 ‘한강’이라는 절대적인 자연이 숨 쉬고 있다는 게 큰 위안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 속을 스쳐갔다.

젊은 시절 그렇게 동경했던 서울의 외형은 더 이상 감흥을 주기보다는 그저 빌딩 숲으로 만들어진 사람 많은 대도시라는 느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럼 서울의 매력은 과연 뭘까?’ 궁금증에 대한 해답은 의외로 서울 도심 한복판에 찾을 수 있었다.

세종대왕과 이순신장군 동상 등으로 상징되는 광화문광장은 말 그대로 여유로움이 넘쳤다. 2009년부터 개방된 후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소통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시민들에게 도심 속 휴식을 주고 있다는 사실은 새삼 부러움으로 다가왔다.

발걸음을 옮겨 북촌 한옥마을과 삼청동 카페촌, 인사동 골목 등의 변화된 모습을 둘러보면서 또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한옥마을촌과 현대식 거리가 나름 조화를 이룬 북촌 한옥마을에서는 과거와 현대가 정답게 공존하는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한복을 입은 청춘들과 외국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고 한옥마을 전체적으로 관광객과 주민들이 서로 배려하는 질서정연한 분위기가 퍽 인상적이었고 신선한 충격이었다.

인사동 골목 역시 전통가게들과 현대식 건물들이 어우러져 흡입력 있는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었으며, 삼청동 카페촌 거리는 서울 특유의 아기자기한 매력을 발산하며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곱씹어보면 서울의 매력은 ‘공존’과 ‘콘텐츠’라는 키워드에서 찾을 수 있었다.

#다시 돌아온 제주

상공에서 내려본 불빛들이 내심 반가웠다. 제주의 밤바다를 환하게 밝히며 한치 조업에 한창인 어선들이 고향으로 잘 돌아왔다고 반겨주는 신호와 다름없었다. 도착한 후 서울의 매력을 찬찬히 돌아보며 제주를 다시 둘러봤다.

최근 몇 년 새 급변하는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제주는 외형적으로 서울을 많이 닮아가고 있었다. 제주시내 핵심 상권과 신흥 택지개발지구 상업지역 등을 중심으로 고층빌딩이 숨 막힐 정도로 들어서는가 하면 연북로·애조로 등의 개설된 도로 주변에도 잇따라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10년 전과 달리 도심 속 녹색공간은 갈수록 자취를 감춰 제주의 도심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쇠락해버린 원도심은 빠져나가는 사람들로 활력을 잃으면서 시름시름 앓아가고 있다. 나름대로 문화를 매개로 생기를 불어넣기 위한 작업들이 진행되고 있는데 위안을 삼는다. 하지만 서울의 매력인 ‘공존’과 ‘콘텐츠’에는 역부족인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제주의 도심은 무엇보다 스스로 자연을 내팽개치고 있다는 과오를 저지르고 있다. 도시계획이 잘된 싱가포르나 홍콩, 상하이 등을 보더라도 도심 속 광장과 자연공원을 완벽하게 갖춰 관광자원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는 외곽에 풍부한 자연자원을 지니고 있다는 이유로 도심 속 녹색공간을 사실상 포기하면서 어쩌면 자연과의 공존을 외면해버린 건 아닐까.

제주 도민들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물 흐르는 자연공원과 광장,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면 주제넘은 욕심일까. 어쩌면 서울의 화려한 외형이 아닌 ‘공존’과 ‘콘텐츠’라는 내면은 제주 도심이 가야할 방향을 말해주고 있는지 모른다.

김태형 기자  sumbad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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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 2016-07-14 10:03:28
참으로 공감가는 내용입니다...그리 길지 않은 글이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네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