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별로 다양한 매력 지닌 제주의 농촌밥상
계절별로 다양한 매력 지닌 제주의 농촌밥상
  • 김동일 기자
  • 승인 2016.07.12 2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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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재기국, 재료 본연에서 나오는 맛 극대화 ‘눈길’
자리물회, 제주서만 볼 수 있어…5~6월 맛 ‘최고’
생선국, 제주 대표적인 국…차례·제삿상에 올려

제주는 예로부터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청정지역으로 제주 특유의 척박한 토양에서 강한 비바람을 이겨낸 식재료들이 밥상 위에 올라왔다. 이들 먹을거리는 바로 제주사람들이 살아가는 원동력이자 힘이 됐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밥심’으로 산다는 말을 들으면서 살아왔다. 특히 농촌 지역에서 계절별로 밥상에 올라오는 구수한 향토음식들은 우리가 앞으로도 지켜나가야 할 소중한 식문화 그 자체다.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원장 강성근)이 최근 펴낸 ‘제주의 농촌밥상 엿보다’에는 제주 농촌의 청정 식재료로 만든 전통 향토음식이 오롯이 담겨 있다. 총 450여 종의 향토음식 가운데 집에서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50여 가지 음식들이 계절별로 정리돼 있다. 조금은 투박할지 몰라도 최근 들어 웰빙과 기능성 식품으로 인정받고 있는 제주 향토음식의 진가를 들여다 본다.

▲봄

△각재기국(전갱이국)

각재기(전갱이)와 배추를 넣고 시원하게 끓여낸 각재기국은 재료 본연에서 나오는 맛을 극대화시킨 국이다. 특히 봄에 올라온 배추를 넣고 끓이면 그 맛이 일품이다. 별 다른 조미료나 양념 없이 된장국에 각재기를 넣고 푹 끓이는 게 요령이면 요령이다. 제주에선 바다에서 나는 모든 생선이 국 재료가 되지만 각재기 만큼 시원한 맛을 내는 생선은 그리 많지 않다.

△톳무침

어느 식당엘 가도 밑반찬으로 나올 정도로 쉽게 접할 수 있는 향토음식이 바로 톳무침이다. 된장에 무쳐져 소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식감과 ‘바다의 보약’이라 불릴 정도로 칼슘, 요오드, 철분 등 다양한 영양소를 포함하고 있어 건강식으로 이만한 게 없다.

▲여름

△성게국(구살국)

제주에서는 성게를 ‘구살’이라고 불러 구살국으로 부르기도 한다. 예전부터 성게를 넣고 끓인 미역국을 별미로 여겨 손님에게 대접하는데 ‘제주도 인심은 성게국에서 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귀한 손님에게 대접하는 음식 중 하나다. 성게는 5월 말에서 6월 사이가 가장 맛있는데, 성게국 역시 이 시기가 가장 맛이 좋다.

△자리물회

오직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물회로 타지에 있는 제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로 꼽힌다. 비스듬히 썬 자리회에 고추장, 된장, 채소와 물을 넣고 비벼서 먹으면 훌륭한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 자리는 5월부터 8월 사이에 많이 잡히는데, 보리밭이 누렇게 익어가는 5월과 6월에 잡힌 자리의 맛이 가장 뛰어나다.

▲가을

△갈치호박국

배추의 시원한 맛과 호박의 단 맛, 고추의 칼칼한 맛이 함께 어우러진 갈치호박국은 가을에 먹을 수 있는 별미 중 별미다. 도내 향토음식점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가장 대중적인 제주 향토음식으로 자리잡았다. 된장을 넣고 풀어 만든 각재기국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입맛을 사로잡는데, 시원한 맛이 그야말로 일품이다.

△ᄆᆞᆯ궤기회(말고기육회)

‘사람을 낳으면 서울로 보내고, 말을 낳으면 제주도로 보내라’는 옛말이 있을 정도로 제주는 말의 고장이다. 말고기는 단백질이 많아 가열하면 육질이 단단해지는 경향이 있어 육회로 많이 먹는다. 연산군도 기력 보충을 위해 말곡육회를 먹었을 정도로 스태미너 회복에도 그만이다. 소고기와는 달리 말고기는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겨울

△몸국(모자반국)

몸은 모자반을 뜻하는 제주어로, 몸국은 집안의 대소사를 치르기 위해 돼지를 잡을 때 주로 만들었던 음식이다. 돼지고기를 고아낸 육수에 모자반을 넣고 푹 끓이는데, 돼지내장인 미역귀(장간막)과 메밀가루를 넣어 국물을 걸쭉하게 만든다. 제주 향토음식 중 가장 서민적이면서 특유의 지역적 정서가 깊이 배어 있는 음식이다.

△생선국(옥돔국)

제주에서 생선국은 곧 옥돔국일 정도로 제주의 가장 대표적인 국이다. 명절 차례상과 제사상에 옥돔국과 옥돔구이가 오를 정도로 옥돔은 오랜 시간 동안 가장 귀한 생선으로 대접을 받았다. 다른 생선국에는 배추나 호박이 들어가지만, 옥돔국에는 주로 미역과 무가 들어간다. 구이와는 다르게 국에는 생물을 사용하며, 12월부터 2월 사이에 잡힌 옥돔이 가장 맛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동일 기자  flas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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