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그리고 성산포
김해 그리고 성산포
  • 정흥남 논설실장
  • 승인 2016.06.2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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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 정치’ 국민만 놀아났다. 민심만 찢어 놓은 ‘신공항 신기루 10년’ 21일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둘러싼 지난 10년간의 논란이 기존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사실상의 신공항 백지화 결론이 나 온 뒤 일부 언론의 평가다. 영남권 신공항 문제가 이렇게 막을 내리면서 이제 관심은 제주 제2공항에 쏠리고 있다. 정부는 김해공항을 ‘신공항 사업’으로 포장, 범정부차원의 지원의지를 밝히는 등 대통령까지 나서 거들고 있다. 이 때문에 제주 제2 공항이 ‘지역세(勢)’에 밀려 자칫 예기치 못한 나쁜 상황을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김해공항 확장비용은 약 4조17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과 비슷한 규모다. 제주 제2공항 개항이 1년 앞서지만 사실상 두 공항 건설은 시기가 겹친다. 재정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정부 입장에선 앞으로 동시에 2개의 공항을 건설하려면 큰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제주에 결코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다.

 

#성산포, 여전히 평행선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해당 지역주민들의 반발은 지난해 11월 신공항 후보지로 성산포일대가 결정된 뒤 멈추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뾰족한 묘수가 보이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주민들의 반발이 고착화 되고 있는 모습이다. 주변에서 이래라 저래라 훈수를 두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그 훈수도 당사자들 앞에만 가면 목소리가 가늘어 진다. 제주 제2공항은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다. 예비타당서 조사에 이어 기본계획 수립과 실시계획 수립, 보상협의 등의 절차를 밟은 뒤 2019년 11월 공사착공이 예정되고 있다. 이어 2024년 10월 쯤 공사를 준공한 뒤 시험운전 등의 과정을 마쳐 2025년 개항 계획이다. 정부는 현재 제주 제2공항 보다 1년 뒤 김해공항 확장공사를 마친 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김해공항 확장 발표 다음날인 2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김해 신공항’ 건설을 신속하게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이날 회의에는 국토교통부를 비롯해 기획재정부, 국방부, 미래부,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자치부, 환경부 장관과 국무조정실장이 참석했다.황 총리는 “김해 신공항은 2021년 착공, 2026년 개항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국토부, 기재부, 환경부 등 관계부처는 신속한 행정절차, 안정적 예산확보 등 후속조치가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긴밀히 협력 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는 물론 정부가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보여주기 회의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김해, “돌 던지고 싶어”

김해 현지 분위기는 냉담하다. 김해공항은 이름은 ‘김해공항’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부산공항’이다. 김해 시민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 23일 한 언론은 “항공기 소음이 천둥소리처럼 들릴 때도 있다”며 “밤낮으로 소리가 날 때면 말 그대로 하늘이 원망스럽다”는 현지 주민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 주민은 “출산 직전에는 돌이라도 던지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김해 시민들은 영남권 신공항이 생기면 김해공항의 수요를 분산해 항공기 소음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벌써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질 경우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고 언론은 전했다. 더욱이 김해공항은 공군기지도 함께 운영된다. 성산포와 김해 모두 아프다. 주민들과 사전 아무런 상의 한마디 없이 군사작전 하듯 밀실에서 결정된 것 까지 똑 같다. 문제를 풀 1차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분명해 졌다. 대의(大義)위해 양보하라 할 수는 있지만, 그러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된다. 정부(지방정부)는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범위, 위법한 게 아니면 뭐든 지원하고 보상해야 한다. 반대하는 주민 또한 이성적으로 상황을 살펴야 한다. 핏대만 세워선 안 된다.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내가 소중하면 남도 소중한 게 세상의 이치다. 대한민국이 김해를 보면서 제주를 주목하고 있다.

정흥남 논설실장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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