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 어선 ‘클라이밍’, 흘려들을 일이 아니다
어항 어선 ‘클라이밍’, 흘려들을 일이 아니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3.26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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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면이 어항 조성때보다 크게 높아져 어민들의 승·하선이 어려워졌다. 배를 타기 위해선 높은 사다리를 놓아 오르거나 줄을 타야하는 등 마치 ‘클라이밍’을 반복해야하는 일상이다. 그러다가 떨어지거나 헛디뎌 다리를 골절하는 등 크고 작은 사고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불러온 제주시 어항들의 민낯이다.

그렇지 않아도 주요 관광코스인 대정읍 산방산 용머리 산책로가 만조 때면 물에 잠겨버리는 등 해수면 상승 영향이 도내 곳곳에 나타나고 있지만 이 같은 사례는 어민들이 직접 겪고 있는 악영향이다.

어항의 해수면 상승 상황은 지구온난화가 초래할 암울한 미래에 대한 경고가 아닐 수 없다.

지구온난화가 초래할 재난을 우려하는 연구들은 한국의 경우 기상이변과 해수면 상승 등으로 중대 재해가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그 가운데 해수면 상승은 제주도와 한반도 남해안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예측이다.

감사원이 지난주 공개한 ‘기후위기 적응 및 대응실태’ 감사 결과를 보면 아찔하다. 이대로 뒀다가는 통영항, 마산항, 부산 마린시티 등은 해수면 상승에 따른 침수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저지대가 많은 제주도 북부 지역의 경우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항 기반시설들이 기상이변 이전의 안전 기준대로 관리되고 있다.

국립해양조사원은 1989년부터 2022년까지 34년 동안 연안 해수면이 10.3㎝ 상승했다고 밝혔다. 특히 제주해역은 해수면 상승의 속도도 더욱 빨라 1989~2016년 사이 제주시 앞바다 해수면이 17.3㎝ 높아졌다. 문제는 해수면 상승속도가 해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10년의 해수면 상승폭은 앞선 30년에 견줘 1.3배 정도 높다.

기후위기가 일상화된 시대에 어쩌자고 이렇게 무방비로 허송세월하는지 걱정스럽다.

도내 주요 어항시설들은 1970~80년대에 집중적으로 건설됐다. 기상이변 이전의 기준대로 지어진 시설물들을 아무 경각심도 없이 방치할 일이 결코 아니다. 각종 방재 기준들을 기후변화에 맞춰 재점검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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