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덕 닭강정
더덕 닭강정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3.2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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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원 시인

오랜만에 속초를 다녀왔다. 예전에는 미시령 굽이굽이 가파른 길을 곡예 하듯 올라가 한계령 휴게소에서 아득한 풍광도 즐기고 울산바위의 웅장한 자태도 감상하면서 드라이브의 즐거움을 누리기도 했다. 이제 미시령은 옛길이 되었고 서울에서 출발하면 인제 양양 고속도로 구간이 거의 직선 터널로 이어져 있다. 길고 짧은 수십 개 터널을 달리다 보면 어느새 강원도에 도착한다. 제주와는 다른 빛깔과 깊이의 동해는 새롭고 신선한 감동을 준다. 그렇게 바다를 끼고 달려 도착한 속초는 늘 매력적이다. 

요즘은 지역마다 독특한 특산품이나 산지 음식으로 그 지역의 특색과 정체성을 드러내며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다양한 SNS 사이트와 매체 등을 통해 소개되고 홍보된 덕분에 직접 찾아가서 즐기고 맛보고 오기도 한다. 속초 하면 개인적으로 고성에 있는 메밀 막국수와 설악산 아래 직접 빚어낸 초당 순두부의 특별한 맛이 떠오른다. 여기에 더해 속초의 명물은 속초중앙시장이다. 새롭게 현대식으로 지어진 이 시장은 규모도 크고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가 풍성해서 방문객의 눈이 즐겁고 입이 즐겁다. 이곳에서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더덕 닭강정’이다. 닭을 튀겨내고 양념을 하여 맛을 낸 것은 비슷하지만 튀기는 방법과 양념의 비법 때문인지 더 바삭하고 감칠맛이 나서 제법 유명하다. 이 맛은 특허출원을 받았다고 한다. 주인장의 말로는 더덕을 재료로 활용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맛과 양념에 심혈을 기울여 수없이 도전하고 실패하면 또다시 도전했다고 한다. 그 끈질긴 노력과 정성 덕분인지 5년 만에 특허출원에 통과했다니 대단한 성과이자 집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달인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달인(達人)은 학문이나 기예에 통달하여 남달리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 또는 널리 사물의 이치에 통달한 사람’을 통칭한다, 요즘 같은 현대 사회에서 그 뜻의 외연이 넓게 확장되어 의미가 사용되기도 한다. 어떤 일이든 십 년 이상만 하면 전문가를 넘어 그 분야에 달인이 된다고 하지 않는가. 흔하게 접할 수 있고 즐겨 먹는 서민 음식을 이렇게 저렇게 양념을 바꾸고 튀김을 바꾸고 재료를 바꾸어 자신만의 독특한 맛으로 만들어낸다는 건 대단한 노력이다. 넓은 의미의 창작이다. 단순한 먹거리와 관광 지역 특산음식일지라도 한 우물을 파서 얻어내고 이룬 성취는 크고 거룩하리라.

삶도 그렇다. 자기만의 실험과 도전 그리고 기다림, 그 시간이 주는 인내의 의미가 깊고 독특할수록 개인의 성취를 넘어 누군가에게 큰 기쁨과 인류애적 보람과 베풂을 실천하는 것이리라. 벚꽃이 만발한 봄이다, 화사한 연분홍 봄꽃과 연두의 환상적인 생명력이 새로운 무언가를 꿈꾸고 도전하게 한다, 설렘으로 가득한 자신만의 독특하고 신선한 발명품 하나 만들어보는 새봄이면 좋겠다. 꽃망울이 터지듯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희망을 담아서 말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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