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사과가 제주에 전하는 메시지
금값 사과가 제주에 전하는 메시지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3.25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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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후 KDA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장

한민족과 함께 애환을 같이 해 온 국민 과일 사과의 값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붉은 과일은 동쪽, 하얀 과일은 서쪽’이라는 홍동백서(紅東白西)에 의해 명절·제사상에서 윗자리를 차지하던 과일 중 으뜸인 사과, 아침 건강 지킴이 과일 사과였다.

2월 소비자 물가동향에 의하면 지난해 대비 사과 소매가는 71%나 오르고 도매가는 121.5%나 올라 귀족 과일로 등극했다.

최근 정부에서 납품단가·할인 지원 등 1500억원의 농산물 물가안정 자금을 투입하면서 사과 가격이 내려가기는 했다. 이는 일시적일 뿐이다. 마냥 국민 세금을 투입할 수는 없다. 도매가는 여전히 상승세이다. 지난해에는 전년도인 2022년 대비 30%, 평년 대비 22%나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공급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사과 가격이 금값이 된 것은 기후변화와 기상이변이 핵심이다. 사과는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호냉성(好冷性) 과일이다. 기후가 달라지면서 사과 주산지는 대구·경북에서 북상하여 강원도 고랭지 과일로 바뀌었다. 그나마도 2070년대가 되면 남한에는 사과를 재배할 적지가 없다고 한다.

기후변화 영향은 사과와 같은 농작물에만 머물지 않고 있다. 제주 앞바다 남태평양이 주산지였던 자리돔과 방어가 이제는 울릉도를 넘어 강원도 바다가 주산지가 되었다. 동태, 코다리, 북어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던 명태가 우리 식탁에서 사라진데다 한국인들의 대표적인 술안주였던 오징어마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그나마 국내에서 유통 중인 명태와 오징어들은 러시아 바다에서 잡아 온 것들이다.

제주 농업의 대명사인 밀감 역시 기후변화 영향을 벗어날 수 없다. 낙과기인 5~6월과 밀감이 익는 9~10월에 미치는 기온 영향이 그 해 감귤 생산량과 품질을 좌우한다. 하우스 감귤을 재배하는 능력 있는 농민들과 달리 노지감귤 재배 농민들은 1년 내내 땀을 흘려서 겨우 인건비도 못 건진다고 아우성이다. 60대 어느 농부는 “이젠 감귤도 틀려수다, 땅이나 폴아 먹으멍 살아삽주, 어떵헐 수가 어수다”라고 한숨짓는다.

그렇다고 제주에 제조업을 유치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제주도는 1988년부터 청정 첨단산업, 그것도 무공해 산업을 유치한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오늘날까지 실적이 전무하다. 제주도는 첨단산업의 최고 부적지이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한국 제2의 도시라는 부산광역시마저도 수도권과 멀리 떨어진 관계로 산업 쇠퇴와 인구 유출에 시달리고 있을 정도이다. 필자 역시 공직생활 중에 이에 부화뇌동했으니 반성한다.

그나마 제주도가 세계자연유산 등 유네스코 자연유산 3관왕, 올레길, 세계 7대 자연경관, 제주항공 등 비슷한 시기에 폭풍처럼 다가온 대형 이슈로 인해 제주가 한때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 열기의 연장선상에서 ‘제주살이’ 열풍으로 연간 1만명 이상 인구가 늘면서 활기가 넘치던 부동산 시장마저도 침체의 늪에 빠졌다. 코로나 펜데믹이 끝나고 해외여행이 본격적으로 재개되면서 관광과 세컨드 하우스 수요가 급감한데다 계속되는 경기 침체와 고금리, 고물가로 외지인 투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제주 인구는 전입보다 전출이 많아 14년 만에 순유출(1687명)로 돌아섰다. 20대 인구 순유출이 가장 많았다. 제주 경제는 3저, 즉 저부가가치, 저생산성, 저임금 구조인지라 당연히 20대가 떠날 수밖에 없다. 먹고 살아갈, 일할 직장이 지금도 앞으로도 쉽지 않다. 도지사가 회의한다고 달라지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이다.

앞으로 이러한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점점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요즘 국회의원 선거철을 맞아 여당 후보는 안정적인 국정 운영 지원을, 야당 후보는 정권심판론만 외치고 있을 뿐이다. 제주의 구조적인 현안 해결 공약은 눈에 띄지 않는다. 제주 미래를 위한 문제들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구조적인 문제이자 국가를 넘어 국제적인 트렌드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토인비는 그의 저서 ‘역사의 연구’에서 인류의 역사를 ‘도전과 응전의 결과’로 규정하고 있다. 도전에 효과적으로 응전했던 민족은 오늘날에도 살아남았지만 그렇지 못한 민족은 역사의 뒤안길로 소멸했다는 것을 동서고금 역사를 통해 증명하고 있다.

제주도는 기후변화, 제조업 불모지, 인구 유출이라는 미증유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금값 사과는 제주에 무슨 메시지를 전하고 있을까(?) 파도처럼 밀려오는 도전에 과감히 맞서 싸우고 이겨내라고 응전하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이 엄중한 시점에서 제주도는 제주특별법 제140조에 의해 수립해 집행 중인 제주종합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제주도가 이 시점에서 검토할 수 있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 제주도를 시작으로 세종시·강원도·전북도 등 특별자치(시)도 시대를 맞아 헌칼이 되기는 했지만 다른 대안이 없다. 제주종합계획처럼 현안 전체를 포함해 다루는 계획도 없다. 다만 업종별 직역별 이기주의나 분절된 차원이 아니라 냉정한 시각에서 종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용기와 지혜를 담아내는 종합계획이어야 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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