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후배, 김승범
그리운 후배, 김승범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3.24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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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칠 작곡가·음악평론가·논설위원

고등학교 2학년 여름 방학, 교악대 하계 합숙 훈련을 했다. 단원들은 합숙훈련에 필요한 장비들을 준비하고 합숙 훈련장인 신흥초등학교를 향했다.

합숙 훈련 3일째 되는 날이었다. 올해 신입부원들은 고등학생과 중학생들도 섞여 있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모두들 오침(午寢)을 하고 있는데, 합주를 하는 교실로 트럼펫을 하는 선배(문무경, 공군 군악대 출신, 제주 문화방송 푸로듀서로 근무함, 작고)가 음악 선생님을 찾아 와서는 ‘형님, 희한한 녀석이 나타났습니다’하면서 선생님을 찾는 것이었다. 이야기 인 즉 신입대원인 김승범군(당시는 중학생)이 배정된 파트가 트럼펫인데 연습을 하다가 보니 그 신입 대원의 실력이 예사롭지가 않아서 선생님께 그 단원을 소개를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트럼펫의 주법 중 어려운 스타카토 주법을 지도를 하는데 중학생이 놀랍게도 훌륭하게 따라서 연주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신입단원에게 어렵다는 트럼펫 독주곡 ‘밀트 폴카’ 곡을 연습을 했는데 그 어렵다는 스타카토 주법인 ‘투투크’의 3 잇단음표 주법을 무난히 하는 것이었다. 그 ‘TTK, 투투크’ 주법은 어려운 주법으로 난이도가 제법 힘든 주법인데 중 2학생, 그것도 신입 대원이 된지 3~4개월 밖에 안 되는 학생이 연주하는 것을 본 선생님과 선배와 재학생들의 얼굴이 당황스러운 표정이 되어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높은 음역대의 연주를 하면 대게가 얼굴을 붉힌다든지 흥분을 하는데 그 후배는 편안한 얼굴이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높은 음역대를 연주하는 후배는 그날로부터 음악부의 유명세를 타게 됐다.

김승범군이 고등학교 진학을 하고 1학년 2학기, 교내 음악행사가 열렸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해 코치로 있는 기간이었다. 김승범군이 독주를 했는데 곡 이름은 ‘글로리 폴카’였다. 트럼팻 독주와 관악 합주의 반주로 이루어진 곡으로 고교 음악 축제에서는 듣기가 어려운 곡이었다. 나는 그 곡의 편곡을 했다. 드디어 고교 역사상 처음으로 관악대의 반주로 트럼펫 독주가 성공을 하는 날이다. 김승범군은 덤덤한 표정이다. 그렇게 고교 시절 김승범군과의 이야기는 끝난다. 그 후 나는 대학으로 진학을 하고 군대를 다녀와서 대학 3학년 겨울 방학, 김승범은 해군 본부 군악대 복무 중이다.

제주에서 겨울 방학을 보내기 위해 어느 날 밤 남문로를 지날 때에 어떤 상가 지하에서 트럼펫 소리가 울렸다. 나는 그냥 지나갈까 하다가 또다시 그 트럼펫 소리가 울리는 지하로 걸음을 옮겼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무대에서는 몇인지는 모르나 섹소폰과 기-타와 트럼펫 연주자들이 서서 연주를 하고 있었다. 나는 주춤 거리면서 있는데 트럼팻 연주자가 손을 들어 나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이었다. 자세히 보니 김승범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저녁에 비행기에서 내렸고 집에 못 가고 바로 아르바이트 하러 왔다는 것이었다. 후배의 연주가 얼마나 훌륭하면 나의 발길을 사로 잡았을까? 그후 많은 세월이 지났다. 승범이도 군 제대를 하고 제주에서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 날, 승범이가 죽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생활이 고단하여 약을 먹고 세상을 하직하였단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천재들은 이렇게 세상을 빨리 하직하는가 보다. 애월봉 꼭대기에 그를 묻고 내려 왔다. 너무나 아까운 사람이다. 나는 그 후에 후배와 같은 트럼팻 연주자를 본적이 없다. 천재들은 이렇게 짧은 인생을 살면서 세상을 하직하는가 보다. 나하고는 3년 선후배이지만 유독 나를 따르던 후배, 그는 무언가 음악을 주제로 말을 하고 싶은 동료를 찾는 것 같았다. 이제는 떠나버린 후배이지만 세상을 살면서 많이 그리운 사람이다. 노늘 오랜만에 그리운 후배를 생각하면 글을 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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