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로 몰고 온 문학의 바다"
"판소리로 몰고 온 문학의 바다"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4.03.24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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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아트센터 기획공연
이자람 판소리: 노인과 바다
소리꾼 이자람과 고수 이준형이 지난 23일 제주아트센터에서 판소리 노인과 바다 공연을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김나영 기자.
소리꾼 이자람과 고수 이준형이 지난 23일 제주아트센터에서 판소리 노인과 바다 공연을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김나영 기자.

판소리가 넘실대는 문학의 바다를 객석으로 가져왔다.

제주아트센터가 지난 23일 제주아트센터에서 선보인 기획공연 ‘이자람 판소리: 노인과 바다’를 통해서다.

최연소 ‘춘향가’ 완창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바 있는 소리꾼 이자람은 국내외 희곡이나 근현대 소설을 판소리 형태로 개발하는 작업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 이자람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판소리로 재창작해 자신만의 판소리 만들기에 집중, 오롯이 부채와 북 하나, 그리고 자신의 목소리로 극을 채웠다.

객석 관객들은 이자람을 만나는 기대감으로 목소리와 얼굴이 상기된 모습이었다.

이자람은 극 내내 북을 치는 고수(이준형), 관객과 살갑게 호흡하면서 넘실대는 바다를 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쿠바의 작은 어촌에서 평생을 바다 위에서 외줄 낚시를 하며 살아온 노인 어부 산티아고가 바다에서 85일째 되던 날 마침내 커다란 청새치가 찾아오고, 바다 깊은 곳 청새치와 수면 위에서 홀로 낚싯줄을 붙잡고 버티는 노인의 한 판 싸움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졌다.

극 중 이자람은 현대인의 삶과 맞닿아 있는 가사의 노래로 객석을 웃기기도 하고, 관객과 대화 하며 공연을 보면서 자연스레 나오는 말을 막지 말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로 기분을 표현해달라고 말하며 추임새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자진모리 장단에 대해 설명해주며 관객과 박수로 함께 무대를 만들어가 듯 이자람은 객석과 대화하고, 소통하고, 판소리와 대중의 장벽을 허물기에 나섰다. 마지막으로 그는 삶이 주는 일을 열심히 하고, 계속해서 먹고 자고, 끊임 없이 앞으로 나아가자고 관객들의 삶을 응원하며 무대를 마무리 지었다.

이번 작품은 소설 명작을 토대로 한 쉽고 흥미진진한 작창, 판소리는 대체 무엇이며, 관객을 만나는 일은 무엇인지, 삶은 어떤 식으로 대해야 하는지 작품의 주제 의식까지 많은 시사점을 던졌다.
 

김나영 기자  kny8069@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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