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순의 제주4·3 희생자 유족이 4·3을 널리 알리는데 사용해 달라며 국가 보상금 일부를 기탁했다.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김종민)에 따르면 홍을생 어르신(90)이 지난 21일 아버지가 4·3 희생자로 인정됨에 따라 받은 국가 보상금 중 일부를 재단에 기탁했다.
홍 어르신은 기탁금이 어디에 쓰였으면 좋겠냐는 물음에 “4·3이 잊혀지지 않도록 후대에 널리 알리는데 작은 보탬이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제주4·3평화재단 김종민 이사장은 “보상금을 흔쾌히 기탁해 주신 어르신의 뜻을 잘 받들어 4·3의 세대 전승을 위해 귀하게 쓸 것”이라고 말했다.
홍 어르신의 기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동백나무 3그루를 구입해 4·3평화공원에 기증하는 한편 따님과 함께 직접 뜨개질로 정성껏 만든 동백 꽃다발을 4·3평화재단에 전달하기도 했다.
홍 어르신은 4·3으로 인해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의 넋을 달래고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을 지속적으로 전하고 있다.
한편 홍 어르신의 부친은 4·3 당시 고향인 조천읍 대흘리에서 토벌대에 의해 희생됐다. 그 당시 홍 어르신은 14살의 소녀였다.
아버지가 희생된 후 홍 어르신은 어린 나이에 코피를 흘려가며 국수 공장에서 일하는 등 힘겨운 삶을 살았으나 꿋꿋하게 버텨왔고 이후 결혼해 자녀들을 키워냈다.
이창준 기자 luckycjl@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