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오롬이라 불려진 바른오롬
정월오롬이라 불려진 바른오롬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3.2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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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정워리
정워리 동쪽-당오롬 안은 농지로 쓰인다.

정월이 가기 전에 정월오롬(정워리)을 찾으려고 음력 정월 25일, 경칩을 앞둔 날 정워리를 찾았다. 정워리는 제주시 한림읍 금릉리 565-61번지, 해발106.2m, 비고 56m의 낮은 오롬이다. 정워리는 본래의 이름의 뜻을 찾지 못한 심정을 내뱉는 듯 찌푸렸다. 정워리는 정월(正月)을 말하는 게 아니다. 1997년도에 출판한 ‘제주의 오롬’에는 “산 모양이 마치 보름달 같이 생겼다고 해서 정월오름이라 한다고 하며, 한자로는 정월악(正月岳)이라고 표기 하고 있다.”라고 소개한다.

그러나 김종철씨는 “…이에 수궁이 안 가는 점이 있다고 하였다. 보름달을 정월이라고 한 것도 그렇거니와 보름 달 같이 둥근 산이란 있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 오롬은 납작스럽게 생겨서 반달이면 반달이겠고, 높으데서 내려다 본다 해도 둥근 꼴일 수는 없는 것이 등성이가 두 가닥으로 넓게 벌어져 있는 것이다. 보통 ‘정월오롬’이라고 부르며 더구나 산자락에 정워리(亭午里)라는 지명도 있는 것이고 보면 이에서 어원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김종철은 제주오롬를 사랑하고 세상에 처음으로 오롬을 소개한 사람으로 그는 제주오롬의 아버지 같은 분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의 궁금증과 그의 의문을 풀어 줄 사람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필자는 이러한 김종철의 의문과 잘못 알려진 곳, 아직 다 소개하지 못한 곳, 다 이루지 못한 점들을 완성하여 제주오롬을 세계 속에 다시 세우려는 게 소망이다.

정워리 중간은 묘지로 쓰인다.
정워리 중간은 묘지로 쓰인다.

몽골어로 산을 올(ㅇ+아래아+ㄹ·УУЛ)이라고 하는데, 보그드산은 보그드올(Богд УУЛ), 알타이산은 알타이(Алтай УУЛ)이라고 하며 올(ㅇ+아래아+ㄹ)을 풀어 쓰면 ‘오(ㅇ+아래아)리’다. 정월오롬의 월(月)은 몽골어 올(ㅇ+아래아+ㄹ)(УУЛ)이고 오(ㅇ+ㄹ)리(워리)라 불렸던 것이다. 그러므로 정워리는 맞지만 정워리오롬이라 해서는 안 된다. 한국어에서 아래아(ㆍ)가 사라지면 서 제주오롬은 제 멋대로 바뀌었는데 아래와 같다.

아리로 불리는 곳은 물영아리·여믄영아리·서영아리, 오리로 불리는 곳은 개오리·물장오리·태역장오리, 우리(워리)로 불리는 곳은 절워리(송악산)·정워리(정월오롬), (알)이라 불리는 곳은 동알·섯알오롬 등인데, 아래(ㅏ)로 표기하면 모두 올(ㅇ+아래아+ㄹ)(오(ㅇ+아래아)리)이다.

정워리의 ‘정(正)’은 한국어의 ‘바르다(바른쪽/右側)’에서 왔고 본래는 ‘바른오롬’이라고 했을 것이다(몽골어 정은 음차했을 뿐이다). 옛날에 연안항해를 할 때는 섬과 산을 보며 항해하였다. 김방경장군의 삼별초난, 최영장군의 목호의 난을 진압하기 위해서 명월포구(현재 한림항)으로 상륙할 때도 먼저는 한라산을 보고, 바른쪽(右側)오롬(보(ㅂ+아래아)른오롬)을 보며 진입했을 것이다

본래 제주사람들은 ‘보(ㅂ+아래아)른오롬’이라 불렀을 것이다. 여몽연합군의 승전 후 원나라(몽골) 귀양객과 목마 관련 파견자들과 몽골-이민자들이 입도하며 ‘정워리’라 불렸을 것이다. 그 후 조선 시대에 이르러 오롬을 기록하고 지도에 등재할 때, 보(ㅂ+아래아)른(바른)을 ‘바를 정正자로, 올(ㅇ+아래아+ㄹ)-오리(УУЛ)를 달월(月)로 표기하여서 ‘정월악(正月岳)’이라 표기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월이는 세 마을 이름의 기원(기점)이 되었다고 본다. 오창명의 ‘제주도 마을 이름의 종합적 연구’에서는 전혀 거론되지 않지만 금릉리의 릉(陵)은 언덕릉(陵)으로 금은 쇠(金)를 말하는 게 아니라 제주어로 굼(ㄱ+아래아+ㅁ)(금=경계선(線))을 그었다는 말로 보인다. 또한 월령리의 월(月)도 정워리의 월(月)도(오롬)을 말하며 영(嶺)도 산봉우리 령(嶺)으로 바른오롬을 가르키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탐사는 동북쪽으로 다시 오르는데 마침 동네의 홍성준씨를 만나 유익한 정보도 얻고 “오롬을 같이 올라보자”는 말에 그는 덤불로 나를 이끌었다. 봄에는 고사리 꺽는 길이 생긴다는데, 잠든 산을 깨우듯 스틱을 찍는다. 오롬은 세 개 봉우리인데 제일 동쪽은 그 옛날 당(堂) 있던 당오롬, 서쪽은 정워리, 그 안에 알오롬이 있으니 세개 봉우리이다.

서쪽 편 정워리에는 소나무들이 심겼고 가운데 작은 알오롬 하나가 있다. 동쪽 봉우리(당오롬)는 넝쿨과 수리대(竹)가 숲을 이루는데 덤불을 헤치고 굼부리에 이르니. 오른쪽으로는 양배추가 심겼고, 서쪽 정워리로 나가는 쪽에는 공동묘지들이 있는데 그 중간에 산불초소가 있다.

동쪽 경작지는 농사짓기에 좋은 참흙으로 주위의 흙과 비슷하다. 서쪽 봉우리 사면에는 삼나무가 보이지 않고 소나무가 심긴 것은 5·16초기에 심긴 것 같다. 덩굴에 엉크러진 막게볼레낭(보리수)과 퀴카시(궂가시/구지뽕)가 보인다. 지난가을에는 목초를 베어둔 것과 황새를 베어 둔 것도 보이더니 겨울 속 정워리에 개구리를 깨우려는 듯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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