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화 같은 풍경·매화 내음으로 관광휴양지를 꿈꾸는 섬
수묵화 같은 풍경·매화 내음으로 관광휴양지를 꿈꾸는 섬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3.2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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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꽃이 피어있는 모습의 섬 매화도(梅花島)
매화도와 마산도를 잇는 노두길에서 내려다본 매화도.
매화도와 마산도를 잇는 노두길에서 내려다본 매화도.

# 배편부터 찾기 어려웠던 입성기

어느 모임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이번에 아들하고 같이 여행 다녀왔는데 그 어떤 여행보다 가슴이 뭉클하더라”고 말하자 “우리 나이에 아들하고 여행했다니 대단하다. 자식들은 결혼하면 함께 여행하기가 힘들지. 자넨 아들이 아직 결혼 전이라 같이 여행할 수 있어 부럽네” 자식과 함께 여행하는 것은 대부분 가족여행 때나 아니면 부자간에 국내 여행이던, 해외여행이던 가기는 쉽지가 않다는 이야기들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속으로 “나도 얼마 전에 아들하고 여행을 함께 다녀왔는데, 그것도 두 번이나” 입안에서 어물거리다 삼켜버렸다.

매화도를 가기 위해 배편과 어느 항구에서 배를 타고 가야 하는지 한참을 뒤적였지만 찾기가 쉽지 않았다. 결과는 차를 가지고 가는 것이 가장 쉽게 다녀올 수 있겠다는 결론이다. 차 가지고 가는 것이 편하지만 문제는 운전이 예전 같지 않아 걱정하고 있는데 우리 영석이가 함께 가겠다고 선뜻 나서줘 기분 좋게 출발했다. 여러 자료나 인터넷에는 매화도 가는 배는 목포시 압해읍 송공항에서 출발한다고 해 마지막 배를 타기 위해 바쁘게 송공항에 도착했으나 매표원이 여기서는 매화도 가는 배가 없고 반대쪽에 있는 가룡항으로 가란다. “인터넷과 각종 자료에 송공항에서 출발한다고 했는데 왜 그렇느냐”고 묻자 “예전에 다녔는지 모르나 여기서 안 다닌 지가 꽤 오래됐다”며 빨리 가룡항으로 가야 배를 탈 수 있단다. “가룡항까지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고 또 마지막 배가 몇 시에 있느냐”물었더니 전화로 시간을 알아보더니 서둘러 가면 배를 탈 수 있다고 알려준다.

신안군에서 만든 관광 안내 지도와 인터넷, 블로그 등에도 분명 송공항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표시되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알 수 없다. 골목길은 얼마나 돌았는지 정신없이 가룡항에 도착, 다행히 배가 떠나기까지는 10여 분 남아 안심했다. 매표를 마치고 “관광지도 인터넷에는 송공항에서 출발한다고 했는데 언제부터 가룡항으로 옮겼느냐”물었더니 “자세히 모르는데 한 때 송공항에서도 다니긴 했으나 지금은 여기서만 다니고 있다”며 배가 들어오자 바삐 나간다. 나중에 매화도 주민한테 알아보니 예전에는 기섬 선착장과 청돌 선착장 두 곳으로 배가 다녔으나 지금은 가룡항에서 기섬 선착장으로만 배가 다니고 있다고 한다.

마을 입구에 있는 보호수와 정자.
마을 입구에 있는 보호수와 정자.

# 관광휴양지 개발계획으로 매화나무 5000그루 식재

가룡항을 출발한 차도선 천사 카훼리는 완행버스처럼 천천히 달려 먼저 고이도와 신월항, 선도, 마산도를 거쳐 오후 4시50분에 매화도 기섬 선착장에 도착한다. 전남 신안군 압해읍 매화도는 총면적 8.510㎢, 해안선 26.1㎞, 세대수 121세대, 주민들은 주로 농업과 어업에 종사하고 주요 농산물은 쌀, 보리, 고구마, 파, 마늘 등이고 수산물은 낙지와 꽃게, 민꽃게, 소금 등이다. 신안군은 섬 이름과 어울리는 매화섬을 관광휴양지로 개발계획을 세웠다. 2014년까지 10.4㎞의 해안선을 포장했고 매화도 주봉인 매화산 주변 공한지에 5000그루의 매화나무를 심어 대규모 매실 농원을 조성했다고 한다.

미세먼지 때문인지 아직 해가 지려면 1시간은 남았는데 시야가 흐릿해 시원한 섬 모습 촬영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내일 오진 8시30분 첫 배로 나가려면 섬사람 삶의 모습이나 풍경을 촬영해야 하는데 난감하다. 우선 숙소를 정하고 섬을 둘러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잘 포장된 일주도로 매화길 따라 달리다 보니 청돌 선착장이다. 이제는 배가 기항하지 않아 그런지 주변이 썰렁하다. 언덕에 매화도라고 크게 쓴 흰 글자판이 서 있다. 청솔 선착장으로 배가 다닐 때 여기가 매화도임을 알리기 위해 세운 것 같다. 구불구불 해안도로 따라가다 보니 광활한 갯벌 곳곳에 김 양식장 시설이 보인다. 매화도 김 양식기법은 지주식 양식법을 고집하고 있다. 부표를 이용한 부류식 보다 수확량이 훨씬 떨어지고 가공도 어렵지만 이 방법으로 양식한 김이 맛이 좋아 높은 값을 받을 수 있어 아직까지 고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섬을 다녀간 기록에는 천천히 걸어도 2시간 30분이면 섬 한 바퀴를 돌아볼 수 있다 했다. 가까이 있는 섬들이 실루엣으로 다가오며 묵직한 수묵화를 연출한다. 이런 날씨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매화 1구 마을이다. 길가에 대나무로 탑 모양과 옛날 어로작업 때 사용했던 그물등 여러 가지 조형물을 만들어 해안가에 세워졌다. 아마도 매화꽃이 필 때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시설인 듯 싶다.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매화 1구앞 넓은 갯벌지대.
매화 1구앞 넓은 갯벌지대.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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