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 이딜 또 와시니
무사 이딜 또 와시니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3.2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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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만 화백·김신자 시인의 시와 그림으로 보는 제주어(80)

▪표준어

왜 또 왔니

찌르르르 종달새 높이 떠 날개를 편
당산봉 붉은내길 오늘은 한가하네
아버지 시리운 날들 사르르륵 녹는다

눈 감고 떠난 먼 길 이만큼 나왔으니
좋은 곳 찾아내어 한가이 계시겠죠
글쎄요, 그러실 테죠, 고개 끄덕 갯기름나물

새끼줄을 꼬시던 거칠은 그 손으로
내 손목에 그린 시계 지금도 잘 갑니다
재빨리 어서 일어나 아이들 챙기라 합니다

포근한 그 세상에서 편안하세요 외치니
한 됫박 산메아리로 아버지 달려나와
막내야, 썰렁하게 입고 여기를 왜 또 왔니

▪시작메모
오늘은 혼자 걷는 생이기정길에도 가을이 왔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억새도 가을로 물들어 비정규직 소리 없이 늙어가는 사람들 눈썹 끝에도 가을은 찾아왔습니다. 당산봉 들국화 같은 짓무른 노란 냄새가 나를 기다렸는지, 내겐 너무 아픈 꽃이라 바람이 불어도 날아가지 않았고 비가 와도 쉽게 꺾이지 않았습니다. 밤새 억새가 흔들리고 파도 소리 철썩여도 밤과 밤, 낮과 낮 그렇게 견디면서 어쩔 수 없다는 듯 서 있었습니다. 언젠가 내가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었던 곳, 내가 무수히 부수고 떠나온 곳. 가을로 뾰족해진 생각들에 찢길 때마다 당산봉에 오래된 아버지를 떠올립니다.

▪제주어 풀이
(1) 비죽생이: 종달새
(2) 실렵다: 차갑다
(3) 붉은내질: 용수리에서 고산1리를 연결하는 농로
(4) ᄀᆞᆷ다: 눈을 감다
(5) 한걸ᄒᆞ다: 한가하다
(6) 꺼실락ᄒᆞ다: 까끌까끌하다
(7) 화륵기: 재빠르게
(8) ᄃᆞᆺᄃᆞᆺᄒᆞ다: 따뜻하다. 포근하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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