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돼지 원산지와 총선 주자 출신지
방어‧돼지 원산지와 총선 주자 출신지
  • 김현종 기자
  • 승인 2024.03.20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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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제주에서 방어를 먹은 사람들은 화들짝 놀랐다.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단이 겨울철 대표 횟감인 방어의 원산지 표시를 위반한 횟집 7곳을 적발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판매한 일본산 방어는 총 4628으로 추산됐다.

서귀포시 대정읍 H횟집과 제주시 연동 D횟집이 속여 판 물량만 2921.51482에 달했다.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의 방어 수입 유통 이력 정보를 공유한 게 단속에 주효했다.

그런가 하면 제주시 애월읍 H고깃집은 백돼지를 흑돼지로 속여 팔다 걸렸다.

자치경찰단은 설을 앞두고 특별 단속을 벌여 원산지표시법을 위반한 식당 8곳을 적발했다.

그 중 유명 돼지고기 음식점 4곳은 제주산 흑돼지만 쓴다고 메뉴판에 적어놓고 백돼지 가브리살항정살을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특수부위는 육안상 구별이 어려운 점을 악용했다.

물론 일본산 방어나 백돼지도 좋은 먹거리다. 문제는 거짓으로 손님들을 속였다는 점이다. 시쳇말로 먹을 것을 갖고 장난을 친 것이다특히 일본산 방어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이후 대다수 사람이 기피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만에 대한 공분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나쁜 사람들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고향이나 출신지, 주소지도 속인다. 자녀 교육이나 아파트 청약을 위해 실제 거주지가 아닌 곳으로 위장 전입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과거 정권에서 출신지 세탁이나 고향 세탁이 흔했다. 국민통합, 탕평을 내걸고 고위공직자 인사를 하는 과정에서 일부 인사의 출신지나 고향이 바뀌는 것이다. 지역별 균형을 맞춘다는 명분에 들어맞도록 일시 거주하거나 경유한 지역이 고향 등으로 감쪽같이 탈바꿈했다.

최근 제주지역 총선에서 후보자 출신지가 쟁점화했다. 국민의힘이 제주시갑 선거구에 고광철 예비후보를 전략공천하자 지역구가 아닌 조천읍 함덕 출신이란 점을 놓고 말이 많았다.

당사자가 언급했듯이 경쟁자인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예비후보도 대정읍 태생이고 현역인 송재호 의원도 표선면 출신으로 지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아무래도 지역에 대한 애착이 덜할 테고 언제든지 철새처럼 떠날 수 있다는 반감이 인지상정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지역에서 나고 자랐는지가 선량의 자격을 가리는 잣대로 유효한지는 의문이다.

설령 지역 출신 후보가 국회의원이 되면 유리한 점이 많다고 해도 굳이 검증 기준으로까지 삼는 건 글로벌 시대디지털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구시대 유물과도 같은 인식이 아닐까.

갑 선거구 주민들은 자존심이 상할 수 있겠지만 이제 유권자 눈높이도 달라져야 할 때다.

원희룡 전 지사 등 제주 출신이 타 지역 선거구에 출마한 점이나 여야의 현역 의원 등 재배치 공천을 봐도 지역 출신을 따지는 건 더 이상 무의미해 보인다. 수도권에 인구 절반이 살아 출신지 자체가 모호해진 시대 변화를 감안하면 연고지에 집착하는 건 분명 시대착오적이다.

국회의원의 역할을 수행할 만한 능력과 자질, 도덕성 등을 갖췄는지 살피는 게 우선이다.

무엇보다 유권자에게 중요한 건, 모 전 예비후보가 자신을 신제품에 비유한 걸 빗대자면, 후보들이 자신의 역량을 과대포장하고 잔뜩 부풀릴 때 여기에 속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막말, 증오, 선동의 발언이나 행동을 한 이력은 없는지도 철저히 가려내고 심판해야 한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평소와 다르게 간쓸개를 다 떼어줄 것처럼 굽신대며 모든 현안을 해결하겠노라고 말의 성찬만 쏟아내는 후보를 뽑았다간 필시 그만한 대가를 치르게 마련이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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