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영화들 대부분이 극장가에서 얼굴 한 번 비추지 못 하고 사실 상 사장(본지 2023년 8월 24일자 보도)되고 있는 실태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 제작‧후반지원을 받고 만들어지는 영화는 매년 평균적으로 총 13편 가량에 달하고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제주에서 촬영된 올로케이션 작품이지만 극장에서 개봉되는 사례는 한 편이 될까 말까한 수준이다.
이러한 가운데 전국 개봉이지만 제주 극장에서는 개봉관을 찾을 수 없는 제주 감독의 영화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이를 테면 영화 ‘어멍’, ‘종이꽃’, ‘그날의 딸들’을 감독한 제주출신 영화 감독 고훈의 첫 상업영화 겸 코미디 영화인 ‘목스박’이 오는 20일 개봉한다.
전국 개봉이지만 현재 제주 극장에서는 개봉관을 아직 찾지 못 해 제주도민들이 작품을 보고 싶어도 보지 못 하는 상황이다.
지난 15일 영화의 언론배급 시사회 이후 전국 영화 관람 예매 사이트가 열렸음에도 제주영상문화산업 진흥원이 운영하는 ‘한림 작은 영화관’을 제외하고는 제주시 및 서귀포시 극장 어느 한 곳에서도 목스박의 이름을 찾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고훈 감독은 “고향 제주에서 내 영화를 볼 수 없다는 것이 자괴감마저 든다. 적은 예산으로 만든, 이른 바 작은 영화는 수익을 내기 힘들다는 편견이 있다”며 “대규모 상업영화에 밀려 상영할 수 있는 기회조차 사라지는 것에는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제주 출신으로 안산에 이사 간 뒤 수학여행을 간 딸 고(故) 문지성양을 세월호로 잃은 문종택씨가 지난 10년 간 진상 규명을 위해 모아둔 영상을 토대로 김환태 감독과 공동 연출한 다큐멘터리 영화 ‘바람의 세월’도 다음 달 전국 개봉한다.
하지만 제주 상영은 현재 불투명하다.
문씨는 “침몰한 세월호가 제주를 향해 가던 배였던 만큼 제주에서 반드시 상영됐으면 좋겠다”며 “개봉한 첫주에서 둘째주에 따라 상영관 확대 여부가 판가름 난다. 제주에서 꼭 영화가 상영될 수 있게 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제주 출신 고희영 감독의 제59회 대종상 다큐멘터리상 후보작에 오른 작품 ‘물꽂의 전설’이 제주를 제외하고 전국 개봉할 뻔 했던 사례와 흡사하다.
이 작품의 경우 롯데시네마 서귀포점에서 1개 상영관에서 단 1시간의 상영 기회를 줬다가 관객들 발길 및 단체 관람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며 점차 제주지역 상영관이 전역으로 확대된 바 있다.
지역 영화계 일각에서는 제주에서 제작된 이른 바 작은 영화들의 영화관 진출이 대규모 상업 영화에 밀리면서 정작 제주도민들은 다양한 영화를 향유할 수 있는 권리마저 잃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김나영 기자 kny8069@jejuilbo.net